<사설>진주의 전남권 편입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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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진주 남강 다리위에 서서 북쪽을 보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사천비행장의 서쪽은 남해섬이고,그 바로 너머엔 여천.광양이 있다.진주는 경상남도,여천.광양은 전라남도다.
진주사람들이 자기고장을 전남권(圈)에 편입시켜 달라는 것은 지리산의 우뚝한 지령(地靈)과 사천의 그 푸른 바다가 주는 지혜일까.옛날에 만든 지리적 구획을 변경시켜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다.인간의 활동체계는 시대에 발 맞춰 고안되는 체계(designed system)로 진화하지 않을 수 없다. 옛날에는 강이나 산이 마을을 분리하는 자연적 경계였다.그러나 지금은 다르다.섬진강과 지리산은 진주.사천.하동은 말할 것도 없고,산청과 함양까지도 그것들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개발권을 형성할 것을 요청한다.진주는 마땅히 전남의 여 천.광양.순천과 동일한 권역으로 편입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이유의 첫째는 개발이다.삼천포와 여천은 서로 보완적인 항구로 발전하고,공업배치는 항구와 그 배후지라는 의미에서 진주를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다.진주는 이 권역의 외부로 남아 있을 수 없고 내부화돼야 한다.더구나 남해고속도로가 생긴 이후 이 컨셉트는 너무도 요긴한 것이 되고 말았다.
둘째는 자연보호다.섬진강은 아직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깨끗한강이다.광양만.사천만을 잇는 한려수도의 노른자위는 환경보호를 서로 미루는 처지로 바뀌면서 이미 오염되기 시작하고 있다.지리산은 전라도와 경상도로 나뉜 탓에 이 강산 제일 의 국립공원이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개발의 과실을 따먹으려면 자연보호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진주 사람들은 이번에 진짜 큰 목소리를 냈다.경제개발과 자연보호가 모든 종류의 통합과 분할의 으뜸가는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더구나 전라도.경상도, 이런 식으로 정치가 곰팡내나는 편가름을 일삼고 있는 요즘에서랴.
정부는 진주의 전남권 편입요청을 받아들이고,앞으로 이런 유형의 통합을 위해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떼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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