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물건 북한가면 20~25배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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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 물건을 북조선으로 가져가면 보통 20~25배가 남는 장사가 된다.그러니 모두들 기를 쓰고 보따리장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 통통한 몸집의 조선족 아줌마 李모(33)씨는 중국.
북한간 밀무역이 번창하는 현상을 「상식을 뛰어넘는 이익」으로 요약했다.
그녀는 『북조선에 돈은 많으나 물건이 없어 난리』라며 『양강도 친척집에 한번에 2천~3천위안(약 20~30만원)씩 물건을해가면 평안도.황해도등지에 사는 30,40대 아줌마들이 북조선에서는 큰돈인 1만~2만원을 들고 우리를 찾아온 다』고 판매루트를 밝혔다.
방북때는 반드시 자기가 먹을 식량으로 보통 쌀.밀가루 20㎏씩,콩기름 3~4ℓ는 가져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李씨는 『물건값은 주로 북한돈으로 받는데 양말의 경우 20~25원,어른 속내의는 1백~1백20원,운동복은 2백60원』이라고 말했다.물론 중간상을 거쳐 실수요자에게 팔릴 때는 또다시 가격이 갑절로 높아지게 된다.
『조선도 경제가 워낙 나빠지자 최근엔 장사를 장려하고 있다』고 밀무역꾼 朴모(43)씨는 말했다.술.담배와 의류를 대량으로취급한다는 그는 『중국술 배갈 한병에 1백원,담배(한국돈 70원짜리 중국제)한갑에 25~30원,장갑이 1백5 0원,겨울옷 윗도리 한벌에 1천5백원을 받는다』고 최근 시세를 밝혔다.물건에 따라 40~50배도 받아낸다는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돈의 가치다.李씨는 『북조선 인민폐 20~25원을 중국돈 1위안(약 1백원)으로 셈한다』고 말했다.朴씨는 『북조선의 1백60원을 1달러(약 8백원)로 친다』고 말했다.지난해 10월까지는 1백20원이 1달러였으나 물건이 없어 돈값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는 것.요컨대 북한 고위층이나 받는 높은 월급(1백60원)도 고작 우리돈 8백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80원 안팎이다.
중국.북한간 국경지대 투먼(圖們)에서는 10여명의 아줌마들이한국 관광객들에게 『북한 지폐 5종 한세트(1백66원)에 한국돈 3천원』이라며 악착같이 달라붙었다.
규모가 큰 밀수도 성행한다.『중국 동북3성에서 굴러다니는 일제차는 모두 북한에서 넘어왔을 것』이라며 택시운전사는 무용담을털어놓았다.지난해 일제차 밀수때 1백여명이 밤중에 버스를 타고들어가 일제히 차를 몰고 나왔다는 鄭모(35) 씨는 『10년안팎의 일제차는 보통 5만위안(5백만원)에 사와 7만~7만5천위안(7백만~7백50만원)에 팔렸다』고 설명했다.북한에서는 휘발유가 없어 서있는 일제차들이 몽땅 중국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중국.북한간 밀무역은 지난 93 년까지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로 이뤄졌으나 2~3년전부터는 압록.두만강 일대의 투먼.개산툰.삼합.난핑.숭선.훈춘.안투현.창바이현등 전 지역에서 공공연히 성행하고 있다.그가운데 북한의 혜산과 중국 창바이조선족자치현은 대표적인 밀무역지대 다.강폭이 20~30여서 양쪽 마을을오가는데 7~8분밖에 안걸릴 만큼 서로 가깝다.
북한의 구리(銅塊).수산물과 생필품이 물물교환되는 이 장터에는 밀무역을 막아야 할 북한군 병사들까지 가세하고 있었다.12~13세로 보이는 남자애가 물건보따리를 들고 북한쪽 강둑으로 뛰어 올라가자 북한군 병사 두명이 멱살을 잡고 때 리는 그 순간,다른 한편에서는 4~5명의 병사들이 서로 시시덕거리며 하수구를 통해 올라온 물건보따리를 헤쳐보는 모습이 보였다.
옌볜.투먼=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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