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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뉴미디어응용 첨단 전자책 봇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NEC.일본IBM.일본전신전화(NTT)….얼핏 생각하면 컴퓨터.통신업체들의 신제품 전시회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지난 8일 문을 연 도쿄 국제도서전시회(북페어)는 전시장의 5분의1가량을 전자출판.멀티미디어 관련회사들이 「점령」했다.재일교포 손정의(孫正義)씨가 경영해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 「소프트방크」도 자체코너를 마련하고 있었다.
전자책.CD롬 플레이어.CD롬 타이틀과 전자출판 관련 기자재.서적들이 즐비한 가운데 한켠에서는 이를 실연해 보이고 편집제작에 응용하는 기법을 홍보하는 코너가 인기를 모았다.물론 관람객들이 직접 마우스와 자판을 조작해 전자책을 볼 수도 있었다.
컴퓨터가 변화를 강요하는 출판계의 큰 흐름에 전통을 자랑하는이와나미(岩波)서점같은 곳도 예외가 될 수 없다.30년 가까이세계 곳곳의 도서전에 참여해왔다는 호리 다카오(堀孝夫.56.이와나미서점 섭외저작권과장)는 『우리도 올해 처 음 전시코너에 퍼스컴을 설치했다』고 말했다.그는 또 『뉴미디어를 응용한 출판은 앞으로 점점 출판계의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나미 서점이 퍼스컴을 통해 홍보하려는 품목은 일본어사전의 대명사인 고지엔(廣辭苑)을 담은 1 2㎝ 규격의 CD롬.지난해12월 출시됐다.
우리나라 출판 관계자들의 소감도 비슷하다.웅진출판사에서 온 원재훈(35)씨는 『역시 전자출판 분야가 눈에 두드러진다.일본답게 애니메이션 분야도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그는 『이런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같다』고 했다.동아출판 사에서 파견된최영인(30)씨는 일본의 전자업체 소니가 출판사 소학관과 제휴해 만든 백과사전 CD롬 타이틀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우리도올해 8월 동아백과사전을 CD롬으로 제작할 예정이다.그러나 이분야에서는 한 출판사가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할 것이 아니라 일본처럼 전자업체와 손잡고 제품을 내는 방법이 좋을 것같다』고 그는 지적했다.
***출판-전자업계 제휴 바람직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이 조총련계 서점을 통해 이 도서전시회에 처음으로 참가한 일이다.「구월서방」과 「조선청년」이 각기 자체코너를 마련해 북한의출판물들을 전시하고 있었지만 책의 모양새나 종류의 다양성은 뒤처진 인상이다.『고 구려 고분벽화』『리조실록』『팔만대장경 해제』『조선말대사전』등 무거운 내용의 서적에다 『섹스피어 희곡사』『데까메론』『갑오농민전쟁』등 북한이 낸 소설책들도 함께 진열됐다.『친근한 이름』『빛나는 정일봉』등 콤팩트디스크들이 나와 있어 북한 에서 제작한 것이냐고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음반은 일본서 만들었다』고 대답했다.
세계 30개국이 참가한 전시회의 주인공은 역시 일본이었다.절반이상의 전시공간을 일본 출판사와 관련업체가 차지했다.일본.미국.영국.이탈리아.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첨단기술이 동원된 다양한 전시품을 선보인 반면 그 틈바구니에서 태국은 불교관련서적,몽고는 민속화보집을 집중적으로 내거는 식으로 크고 작은 나라들이 저마다 자존심을 걸고 책문화를 경연했다.
한국은 그 중간쯤에 위치한 느낌이다.웅진.동아.금성출판사와 예림당.진명서적,그리고 업계 대표로 한국출판협동조합이 참가해 2백60종에 걸쳐 3백60점의 책을 선보였다.전시장 한복판의 목좋은 공간을 잡는데는 성공했지만 외국관람객의 호 응도는 적은편이었다.
***정보교환.상담위주 진행 딱히 한국에 관심이 있다면 몰라도 단행본 서적위주로 밋밋하게 진열한 전시내용이 보통 일본관객의 눈길을 끌기에는 너무 평범했기 때문이다.다만 다른 출판사들이 서적홍보에 중점을 둔 데 비해 동아만은 판권.인쇄 수출상담을 염두에 두고 회사홍보를 위주로 전시공간을 꾸민 점이 달라 보였다. 8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이번 전시회는 판매보다 상담.정보교환 위주로 전시회가 진행된 점에서 지난해 5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보다 대체로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시회가 열린 지바(千葉)현 가이힌마쿠하리(海浜幕張)국제전시장에서는 저작권 문제에 관한 강연회와 유명작가의 사인판매회도 열렸다. 일본의 인쇄.제본업체들이 참여한 「멋진 책 만들기」경연대회와 「적은 부수의 책을 최대한 싼 가격으로 만드는 방법」을 주제로 한 세미나는 특히 국내외 출판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관람객들은 마우스로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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