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이자 공포’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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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출이자 공포’가 번지고 있다. 안정세를 유지하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들썩이면서다. CD 금리가 오르면 이에 연동되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변동금리형 대출의 금리도 오른다. 주택담보대출자의 93%는 3개월짜리 CD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변동금리형으로 대출을 받고 있다. 고정금리가 오를 때에 비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 정도가 훨씬 큰 것이다.

8일 채권시장에서 3개월짜리 CD 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오른 5.41%를 기록했다. CD 금리가 5.4%를 넘어선 것은 4월 14일(5.4%)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더군다나 최근 급등했던 3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0.03%포인트 내렸는데도 CD 금리만 올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다음주부터 변동금리형 대출의 이자를 0.2~0.4%포인트가량 올릴 예정이다.

아이투신운용 김형호 채권운용본부장은 “국고채 등 중장기 금리가 급격히 오른 게 CD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단기 금리 차이가 많이 벌어져 있어 CD 금리는 5.5%까지 오를 수 있다”며 “게다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어 추가 상승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CD 금리가 5.6%까지 오를 경우 1억원을 빌린 대출자는 월 이자부담액이 지난달보다 1만9000원(연 23만원) 늘어난다. 문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외에도 CD 금리가 오를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했던 은행의 CD 발행액은 4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CD 공급이 늘면 금리는 올라갈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농협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최저 가산금리를 종전보다 연 0.02%포인트 인상하면서 다른 은행들도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CD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된다. 신용도가 높을수록 가산금리도 낮다. 농협의 주택대출 최저금리는 연 6.14%로 지난 주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농협 관계자는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늘어나는 데 맞춰 가산금리를 인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정·변동 가릴 것 없이 금리 인상 기조가 전방위로 확산되자 전문가들은 가급적 추가 대출을 줄이라고 권유했다.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팀 양해근 과장은 “적어도 하반기까진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신규 대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여윳돈이 있다면 빚을 먼저 갚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반월지점 이민성 PB팀장은 “지금 대출을 받을 경우 고정금리가 나을지, 변동금리가 나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하되 금리상승폭을 일정 이하로 제한한 금리캡이나 금리스와프 상품이 그나마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상품의 경우 파생상품을 사는 데 일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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