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 민간 연구소 세운 前 국과수 법의관 한길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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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서 법의관으로 근무했던 직원이 민간 법의학 전문기관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설립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국과수에서 3년6개월간 근무했던 한길로(42)전 법의관. 한씨는 지난 3일 서울 서초동에 사체 검안과 부검 등 사망 원인을 전문적으로 확인해주는 국내 첫 민간 법의학전문기관인 '서울법의학연구소'를 열었다.

"국과수에서 근무할 때 수없이 사체를 부검하면서 제도상 허점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국과수라는 공적인 틀보다 밖에서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민간연구소를 열었습니다."

그는 "서울에서 한해에 발생하는 사망 사건이 4200여건에 이르는데 이 중 국과수에서 부검하는 사건은 1000여건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과수가 사건을 다 소화하지도 못하는 데다 검안.부검 과정의 제도상 허점으로 사인을 밝히는 데 애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씨는 1997년 3월부터 6년 동안 고려대 의대 법의학교실에서 법의학 교수로 근무하다 실무를 익히겠다는 결심으로 2000년 11월 국과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사체 검안은 병원 응급실 당직의사나 현역에서 은퇴한 나이 많은 의사가 주로 맡고 있다"며 "사체검안 단계에서부터 비전문가가 맡기 때문에 사인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억울한 죽음이 묻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개소 이후 현재까지 서울경찰청.용산서 등에서 이 연구소에 사체 검안 등을 의뢰한 건수는 모두 10여건이다. 한씨는 "억울한 죽음은 없어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전문가가 많이 나와 민간 법의학연구소가 더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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