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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 ‘무력시위’ … 환율 하락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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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급등하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풀어서라도 환율을 낮추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7.5원 내린 달러당 1042.9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오전 환율은 9.4원 떨어진 1041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당국의 개입을 예상한 달러화 팔자 주문이 유입되면서 1036.5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원-엔 환율은 하루 새 12.03엔 하락한 100엔당 971.95원을 기록했다.

이날 외환시장 개장 직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외환시장 안정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시장 불균형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강력히 취하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외환보유액을 동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시장의 환율 상승 기대 심리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을 실탄으로 삼은 외환 당국의 ‘무력시위’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리한 시장 개입은 외환보유액만 급속히 소진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장기적으로 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4년 정부는 환율이 급속히 하락하자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 달러를 사들였다가 환율 하락을 막지도 못하고 2조500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봄 환율 상승을 유도하는 바람에 중소기업들만 파생상품 거래에서 엄청난 손실을 봤다”며 “이번엔 반대로 정부가 환율을 끌어내리겠다고 개입하고 있으니 중간에 끼인 기업들은 극심한 혼선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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