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ERIReport] 지구촌 에너지 개발권 따내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해외자원개발협회 이철규 상무는 “자원은 풍부하지만 경제발전이 덜 된 나라로부터 에너지 개발권을 따내려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사회간접자본시설 등을 제공하는 패키지형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에너지경제연구원과 고려대 기업경영연구원·지식경제부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중앙일보 등이 후원한 국제심포지엄의 결론이 이와 같았다. ‘동북·중앙아시아 에너지 자원협력 및 기업전략’이란 주제의 이 심포지엄에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몽골의 에너지 관련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참석했는데, 결론은 ‘패키지형·맞춤형 접근’이었다. 한국이 자원 부국인 이들 나라의 에너지개발에 참여하려면 단순히 돈만 줘서는 안 된다며, 이들 나라가 원하는 산업과 기술을 패키지로 제공해야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이다.

◇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인가=한국은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이지만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에너지 수입의존도 97%). 지난해 에너지 수입액은 무려 950억 달러(총수입액의 27%)였다. 게다가 수입의 거의 대부분을 중동 등 특정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의 경우 중동 의존도는 81%나 된다. 세계에서 둘째로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중동 의존도 역시 상당히 높다. 수입국 다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이런 상황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몽골 등의 중앙아시아와 러시아가 ‘중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석유 생산량이 사우디아라비아 다음가는 세계 2위의 산유국이다. 가스 매장량은 세계 1위다. 석탄 역시 세계 17%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우즈베키스탄도 자원 대국이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우즈베키스탄의 에너지자동화연구소 테무르 살리코프 소장은 “현재까지 확인된 광물자원 매장량을 시가로 환산하면 3조3000억 달러나 된다”며 “국토의 65% 땅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밝혔다. 몽골은 특히 석탄이 많다. 이 나라의 연료에너지부 바드가 간바타르 국장은 심포지엄에서 “석탄 매장량이 120억t이나 된다”며 “석유도 현재 10개 유전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 수입해 오는 에너지는 거의 없다. 석유의 경우 전체 수입량의 1.6%만 러시아에서 수입해 올 뿐이다. 중앙아시아는 1%도 채 안 된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수입을 다변화한다면 이들 지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류지철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에너지전략센터 소장은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몽골의 석탄이 우리에게 필요한 핵심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상생의 조건은 무엇인가=한국의 에너지 해외개발은 초등학생 수준이다.

2005년의 경우 연간 해외개발 투자액은 9억 달러 남짓에 불과하다. 중국은 177억 달러, 일본은 64억 달러나 된다. 당연히 자주개발률도 미미할 수밖에 없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자주개발률은 4.2%에 불과하다. 중국은 14%, 일본은 9.8%다. 에너지 개발에서는 후발 주자란 얘기다. 게다가 탐사 및 개발기술도 시답잖은 상태에서 중동이나 미주 지역에 진출하기란 매우 버겁다. 러시아만 해도 유럽에 가까운 서쪽 지역은 이미 상당부분 개발된 상태다. 남은 곳은 낙후된 동시베리아와 극동러시아 등이다. 중앙아시아와 몽골도 개발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그만큼 한국이 진출할 여지가 많다. 이들 나라 역시 외국의 자원개발 투자를 희망하고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시베리아지원 에너지시스템연구소 니콜라이 보라파이 소장은 “동시베리아를 개발하는 데는 돈이 엄청나게 들어간다”며 “석유와 가스 개발에만 2030년까지 800억~850억 달러가 소요될 정도라 외국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도 개발 중인 유전은 전체의 40% 남짓밖에 안 된다. 나머지 50% 이상은 현재 탐사 중이거나 준비 중인 곳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가 한국을 원하는 건 아니다. 돈 많은 중국과 인도, 기술 좋은 일본 등 경쟁이 치열하다. 돈만 갖고는 이들 나라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러시아 에너지부 이고르 슐로포 부국장은 “한국이 단순히 자본투자를 하는 기존의 방식으로 진출할 생각이라면 환영을 못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류지철 소장은 “한국이 필요로 하는 자원확보와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등이 원하는 경제협력을 서로 짝짓는 맞춤형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권원순 교수도 “이들 나라의 경제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식의 경제협력, 가령 한국의 압축성장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우즈베키스탄 에너지자동화연구소 로멘 자히도브 부장과 몽골의 에너지연구개발센터 멜스초 멘드바야 실장도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을 보강하고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 협력도 중요하다=지식경제부 최태현 과장은 “해외 자원개발은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모가 작고 후발자라는 약점을 갖고 있는 한국으로선 이들 나라와의 인적·문화적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방기열 원장도 “연구 협력 및 전문가 교류의 확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이들 국가의 연구능력을 배양해주는 것도 패키지형 자원개발의 한 사례”라면서 “다양한 공동 연구사업과 인적 교류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욱·이봉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