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입시위주냐 全人교육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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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산시교육청은 매년 대입합격자 발표 때만 되면 우울해진다.명문대,특히 서울대 합격자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올해도 2백98명으로 대구 4백24명의 70%수준이다.광주보다도 적다.자연히학부모는 물론 사회 각계의 비난이 빗발친다.『우 리나라 제2의도시에서 그게 뭐냐』『공부를 시키는 거냐 놀리는 거냐』등등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요즘 부산시교육청은 고민이 많다.옛날처럼 「명문대 진학위주」의 교육으로 되돌아가야 할지,현재의 전인(全人)교육정책을 그대로 밀고 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부산시교육청은 91년3월 취임한 우명수(禹明洙)교육감 때부터인간중심의 전인교육에 무게를 뒀다.건전한 민주시민을 키우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중.고교 수업방식을 과감히 손질했다.중학교의 보충수업.자율학습을 완전히 없앴다.정규수업후에는 모두 가정과 사회에서 적성이나 취미에 맞는 활동을 하도록 했다.테니스를 치고 싶은 학생은 테니스를,영어회화를 원하는 학생은 외 국어학원에서회화를 배우게 풀어줬다.학생과 교사들은 대환영이었다.
고교도 1,2학년은 자율학습.보충수업을 못하게 했다.교과과정대로 하라고 지시했다.어기는 교장은 엄중 문책하겠다고 했다.
체육도 영어.수학 못지않게 중요하므로 입시위주 교육을 한답시고 빼먹지 말고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교육청은 실험.실습도 봉사활동도 마음대로 빼지 말라고 되풀이 강조했다.
다만 고교 3학년은 자율학습.보충수업을 허용했으나 오후8시를넘지 못하게 했다.치열한 입시전쟁을 생각하면 너무도 현실과 동떨어진 「한심한」대처인지도 모른다.
이같은 교육방침은 정순택교육감 취임(95년3월) 이후에도 이어졌다.장기적으로 학생과 나라에 보탬이 된다는 확신에서다.
그러나 우리의 입시제도에서 이같은 교육방식으로는 많은 학생들을 명문대에 보낼 수 없음도 현실이다.
서울대 진학수로 교육 전체를 평가하는 세태는 갈수록 더하니 교육청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올해는 그같은 경향이 더욱 심한것 같다.
이에 따라 교육계내부에서는 『우리도 많이 보낼수 있다.옛날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나온다.과학고와 외국어고 등을 많이 세우고 밤늦게까지 공부시키자는 것이다.
과연 어느 길이 자녀와 나라의 앞날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우리국민 전체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정용백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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