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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크닉보다 思考가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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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영화의 발전에 관심이 많은 허우샤오셴 감독은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대만은 1년간 만들어지는 자국 영화가 10여편에 불과할 만큼 한국에 비하면 영화 산업이 취약한 나라다. 하지만 몇몇 출중한 감독들 덕분에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영화 수준이 더 높은 나라로 쳐주는 경향이 있다.

'애정만세''하류' 등으로 유명한 차이밍량(47.蔡明亮), '고령가 살인 사건''하나 그리고 둘'의 에드워드 양(57.楊德昌), 여기에 '비정성시''밀레니엄 맘보'가 한국에 소개된 허우샤오셴(57.侯孝賢) 등이 대만 영화를 세계적 수준으로 올린 대표적인 감독들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侯감독은 한국의 임권택 감독처럼 대만 영화의 '어른'으로 대접받고 있는 인물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판치는 대만에서 다양한 영화 문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에 대한 영화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최근엔 영화 연출 외에도 영화사를 설립하고 예술영화관을 운영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달 초에 열린 타이베이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그를 만났다.

-영화 문화에 관심이 많아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현재 대만영화문화협회(臺灣電映文化) 회장직을 맡고 있다. 영화인으로서,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대만 영화계의 '어른'으로서 자부심도 갖고 있기에 이런 일을 맡게 됐다. 대만영화는 최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대만영화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영화계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를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숙고하고 있다."

-타이베이 스폿(Taipei Spot)이라는 극장도 운영하고 있다는데.

"2002년 11월부터 영화 문화의 발전을 꾀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일반 상업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예술영화들을 주로 상영한다. 커피숍과 서점, 영화에 대해 토론하고 강연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 극장 설립에는 대만영화문화협회와 내가 함께 참여했는데 지금까지는 꽤 성과가 좋은 편이다. 회원만 해도 1000명이 넘는다. 타이베이의 젊은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타이베이 스폿에서 열린 프로그램들 가운데 특별히 인기를 끈 게 있다면.

"지난해 말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1903~63) 회고전을 성대하게 치렀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북유럽 영화 상영회도 인기가 있었다. 홍콩.중국.태국.일본의 감독들과 제작자들을 불러 아시아 영화의 발전 가능성과 현재의 위상에 대해 토론한 아시아 영화 세미나도 성과가 좋았다. 4월에 개최 예정인 동유럽 영화제, 올해 말 열릴 인도영화 특별전도 기대가 크다. 중국 영화 가운데 무협영화나 괴기영화만 모아 상영하거나 디지털 영화를 상영하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연출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같다. 최근작 '커피 타임'은 어떤 영화인가.

"오즈 감독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만든 작품으로 일본 배우들을 기용한 '일본 영화'라고 보면 된다. 유명한 '도쿄 이야기'처럼 오즈의 영화는 가족 이야기,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그의 영화들이 예전의 일본을 그렸다면 '커피 타임'에서 나는 지금의 도쿄에서 살아가는 가족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런 점에서 '커피 타임'은 오즈 감독의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그를 '모방'한 영화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오즈와는 전혀 무관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오는 6월이나 7월께 일본에서 가장 먼저 개봉할 예정이다."

-대만 젊은이들의 초상을 담은 '밀레니엄 맘보'의 후속편은 언제 나오는가.

"'밀레니엄 맘보'는 처음 작업에 들어갈 때부터 타이베이의 향후 10년간의 변화상을 담으려고 했다. 후속작은 올해 중 촬영에 들어간다. 나는 지금 현대 대만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다른 활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달라.

"현재 영화사와 인터넷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회사에서도 영화를 제작할 것이다. 13회짜리 TV용 미니시리즈도 기획 중이다."

-영화 교육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를 공부하는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화란 그리 복잡한 매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사고와 가치관이지 영화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어떤 한 편의 영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사유이고 그에 맞먹는 연륜과 경험이다."

홍성남(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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