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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 문화재관람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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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기도의 소금강’이라고 불리는 동두천 소요산이 관람료 문제로 사찰과 시민단체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소요산 안에 있는 불교 사찰인 ‘자재암’이 문화재 관람료 명목의 입장료를 거두는 데 대해 주변 상인과 일부 시민단체가 “명분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재암 측은 “소요산 면적의 95%가 사찰 소유여서 관리를 위해서는 어떤 명목이든지 입장료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입장료 갈등=소요산의 입장료 갈등이 불거진 것은 2006년 12월. 경원선 복선전철 소요산역이 개통된 것이 계기가 됐다. 소요산이 관광지로 새삼 주목을 받게 됐지만, 시민단체와 주변 상인들은 입장료 부담 때문에 인근의 다른 관광지로 손님을 뺏길 것을 우려했다. 더구나 지난해 1월부터는 국립공원의 입장료가 없어졌다.

지난해 소요산 입장객은 40만 명. 동두천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두천시민·65세 이상·군경 등 무료 입장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늘었지만, 유료입장객은 오히려 40%나 줄어 전체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입장객 수가 10%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동두천시와 자재암은 2000원씩 받던 입장료를 지난달 중순부터 1200원으로 낮췄다. 입장료 가운데 동두천시가 가져가던 수입분 800원을 포기하고, 문화재 관람료만 남겨 놓은 것이다. 다음달부터는 자재암도 200원을 양보해 입장료는 1000원으로 낮춰질 예정이다.

◇법원 판결에 주목=자재암과 시민단체 간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동두천 주민 15명이 지난해 5월 자재암을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을 담당한 의정부지법 민사3단독 이진화 판사는 최근 “원고들이 동두천 시민은 요금을 안내도 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입장권을 구입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자재암이 소요산 입구에 매표소를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일률적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한 행위는 법률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매표소를 사찰 입구로 옮기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자재암 측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소요산은 사실상 사찰 소유인 사유지라는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 관람료가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든 입장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재암 정재학(43) 사무장은 “관람료는 사찰에 소장된 보물 1211호인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와 나한전 등 노후 문화재의 보전·보수에 쓰이며, 소요산 관리에도 상당 부분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장은 “자재암은 동두천 시민들에게는 관람료와 주차료를 징수하지 않고 있으며, 문화재 관람료도 200원 내리기로 하는 등 지역경제 발전과 관광객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소요산과 자재암=소요산은 경기도 동두천시와 포천시 신북면의 경계에 있는 높이 536m의 산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산세가 수려하다. 1981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산 안에 있는 자재암은 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로 645년 신라의 원효대사가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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