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제의작가>소설 "10년간" 방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내딛는 첫발은』『새벽 출정』등 노동현장을 그린 중.단편을 통해 80년대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가로 떠올랐던 방현석(35)이 첫 장편 『10년간』(실천문학사)을 펴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출신인 방현석은 재학중 현장에 투신,플라스틱 사출공장.가구공장 등의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운동을 하는 틈틈이 문학성과 현장성을 겸비한 작품을 써 주목받아왔다.
181㎝,81㎏의 체구에 투박한 손마디를 가진 그는 지난해 1월 인천지역 노조협의회 조직부장직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변신했다. 이번 작품은 계간 『실천문학』에 지난 1년간 연재됐던 『어디에 핀들 꽃이 아니랴』를 확대,발전시킨 것으로 창작집 『내일을 여는 집』 이후 4년간의 침묵을 깨고 낸 것이다.
2권 분량의 이 소설은 노동계층을 중심으로 다뤘던 그전의 중단편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계층의 삶을 총체적.역사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10년간』이 다루는 시기는 70년대다.
이것은 그가 80년대를 그린 소위「후일담 문학」의 유행에 대해 드러내는 불쾌감과도 관련이 있다.
『진실에 순정을 바치고 역사에 몸을 내던졌던 한 시대를 누가값싸게 팔아넘길 수 있는가.
서울의 봄,광주의 죽음과 함께 시작해서 내 20대 청춘의 10년간을 함께 보낸 나의 벗들,그들의 순결했던 사랑을 함부로 이야기할 권리는 아직 아무에게도 없다고 믿는다.』 소설은 한 고향에서 자라나 서울에서 재회한 5명의 초등학교 동창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좌익인 아버지 때문에 고통을 당해온 모범생 지식인,기업가,의리와 주먹이 무기인 정치지망생,목사가 될 꿈을 가진 노동운동가,그리고 가정부와 버스안내양,섬유노동자를 거쳐 술집마담으로 살아가는 여인이 그들이다.
이들의 삶의 길 위로 70년대의 굵직한 사회적 사건들이 겹쳐진다. 70년의 전태일 분신사건에서 시작해 교련반대 학생운동,민청학련,10월유신,동일방직 노동자 파업,79년말의 YH사건까지의 사건들이 주인공의 인생행로와 씨줄과 날줄로 맞물리고 있다. 작품은 노동현장과 학생운동과 현실정치의 현장뿐 아니라 상류층 가정 내부의 다채로운 풍경,몰락해가면서도 공동체적 따뜻함을간직한 농촌,도시 변두리에 생성되기 시작한 빈민가의 모습,그리고 종교활동의 외피에 들어있는 진정한 인간애와 그 를 이용하는위선과 기만을 실감나게 재현하고 있다.
이 소설은 또 생생하게 살아있는 등장인물들과 윤정희의 얼굴이그려진 극장간판,『오라이』 하며 차장이 두번 두들겨서 출발시키는 만원버스 등 70년대 풍경을 그림처럼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하필 70년대를 대상으로 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이성과 이념만이 독주했던 80년대와 달리 70년대까지는 전통적인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미덕이 남아 있었다.공적인정의감도 개인적인 미덕이 결합되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으며 변화와 충격에 금방 무너질 수밖에 없다.이번 소설에 서는 그래서 친구들간의 의리나 우정,가족간의 혈연적 우애,풋풋한 사랑을 그리려고 애를 썼다.그리고 되짚어보고 싶었다.우리들의 시대는 어떻게 해서 흘러왔는가.우리 시절의 상처는 어디서부터 비롯되었고우리들의 사랑은 그 어느 굽이에서 싹텄는가.』 조현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