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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살인범들이 돌아왔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9호 10면

뮤지컬 ‘쓰릴 미(Thrill Me)’
10월 12일(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평일 오후 8시, 토·일·공휴일 오후 3시·6시(월 쉼) 문의 02-744-4334

긴박하고 음울한 피아노 소리가 귀청을 두드리는 가운데 두 남자가 마주 본다. 다가선다. 껴안는다. 밀쳐낸다. 귓불에 뜨겁게 숨을 내뿜는 게 객석에까지 전해진다. 겹치고 맞서는 노래의 협화음이 긴장감을 높인다. 그러다, 키스한다. 무대가 손에 잡힐 듯한 소극장의 관객들,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극의 초입부터 정신없이 빠져들게 하는 동성애의 ‘스릴(thrill)’이다.

지난해 국내 초연됐던 뮤지컬 ‘쓰릴 미’는 강한 중독성으로 무장한 작품이다. 배우 둘에 피아노 하나뿐인 단순한 세트는 일반적인 뮤지컬과 달리 서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연극적인 특성을 보인다. 피아노 소리와 조화된 거칠고 빠른 호흡의 노래들은 진행의 속도감을 높인다.

‘나’와 ‘그’의 동성애적 애증에서 시작하는 초반은 ‘스릴’의 1단계에 불과할 뿐. ‘그’의 과대망상적 범죄에 동참하고 휘둘리는 ‘나’의 갈등은 점차 게임의 ‘게이지’를 높인다. 살인을 저지르고, 은폐를 꾀하고, 끝내 들키는 과정을 거쳐 막판에 기다리는 반전까지 추리소설의 ‘스릴’을 제대로 갖췄다.

‘과연 누가 누구를 조종했는가?’란 질문은, 관객에게 제법 지적인 퍼즐을 푸는 쾌감까지 선사한다.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스무 살짜리 두 남자의 엽기 살인을 소재로 한 작품은 원작(스티븐 돌기노프 대본·음악·가사)이 워낙 탄탄하다. 그러나 지난해 공연 때 객석 점유율 94%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던 데는 ‘훈남’ 배우들의 적절한 캐스팅이 주효했다.

니체의 ‘초인철학’을 신봉하는 ‘그’의 모던한 카리스마와 우유부단한 듯하되 실제론 더 치밀했던 ‘나’의 캐릭터는 류정한·김무열·최재웅·이율 등과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뮤지컬 ‘오빠 부대’를 양산했다. 이번 재공연에서 류정한은 초반 바람잡이 역할만 하고 물러나고, ‘나’는 김우형·이창용이 ‘그’는 김동호·김무열이 맡아 호흡을 맞춘다. 새로운 ‘나’와 ‘그’가 주 관객층인 20, 30대 여성에게 얼마나 섹시하게 어필할 수 있을까. 흥행 성패는 그 입소문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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