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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암살하자” 인터넷서 선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안중근님께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였다면 저는 이완용 다음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이명박을 죽이고 싶다. 저를 도와주신다면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이명박을 죽이고 저도 죽겠습니다.”

자신을 최용덕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5월 4일 박근혜 의원의 미니홈피에 이런 글을 올렸다. ‘내가 매국노 이명박을 죽일 수 있게 자금을 대줄 수 있는 분 비밀 말씀으로 해주십시요’란 제목까지 달았다.

최씨는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올렸다. 전화번호 뒤에는 “자신의 발신 표시가 있는 분의 전화만 받겠다”고 적어놓기도 했다. 기자는 최씨가 올린 번호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는 않았다. 현재 최씨의 글은 전화번호가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아직도 박근혜 의원 미니홈피에 버젓이 올라 있다.

최씨가 박 의원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박근혜 의원의 미니홈피에 100여 건의 글을 올렸다. 초창기에는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는 내용이었지만 점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국민의 박근혜가 이명박의 박근혜가 되었다’는 등 박 의원까지 비판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일부 네티즌의 발언이 막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주장을 넘어 ‘대통령 암살’을 거론하는 글까지 나오고 있다. 폭력 양상을 띠던 오프라인 시위(촛불집회)가 종교계의 참여로 평화적인 분위기로 바뀐 것과 달리 온라인은 점점 더 과격해지고 있다.

최씨의 글 외에도 인터넷에는 ‘대통령 암살’을 운운하는 글들이 떠돌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 ‘이명박 암살’로 검색하면 관련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음 게시판에는 이명박 살해 요원을 모집한다는 글까지 올랐다. 아이디 nylsh3516은 “이명박 제거할 요원을 모집합니다. 대한민국의 주적 이명박을 제거합시다”란 글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암살 방법을 상세하게 기술하기도 했다. 아이디 pyNTNi88은 “가장 희망 있는 건 다이너마이트 열 묶음 이상의 자살폭탄테러”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한 사람이 장난감 총을 들이대면 (경호원들이) 사격하거나 포박한다. 이때 다른 사람이 경폭발 폭탄으로 이명박 가까이에서 터뜨리면 사망”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글을 올린 네티즌이 ‘불능범’이라 입건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불능범은 기도나 굿을 해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경우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통설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도덕적으로 나쁜 행위를 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특정인에 대한 저주를 퍼붓는 것은 불능범이어서 처벌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대통령 암살에 관한 글들인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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