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들이 뿔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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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손님이 오면 부서장이 직접 커피를 타라. 출근할 때 일주일에 4일은 경쾌한 음악을 듣고 하루는 원가(院歌)를 들어라. 밥 먹으러 갈 때 메뉴나 식당은 부하에게 물어보고 정하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 직원들이 ‘갯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미덥지 못한가 보다. 최근 금감원이 김 원장의 지시로 만든 27개 항목의 조직문화 개선 방안에는 이처럼 사적인 행동을 규제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조직의 효율과 창의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상당수 내용은 ‘훈계조’로 돼 있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상사 중심의 회식 문화를 바꾸기 위해 직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회식 장소와 방법을 선정하고, 회식 자리에서 어떤 자리에 앉느냐도 직원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술 마실 때 러브샷이나 폭탄주를 강요하는 것도 없애라고 했다. 또 출근시간에 맞춰 내보내는 구내 음악방송의 편성도 수정했다.

이를 접한 일부 금감원 직원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 조사역은 “우리를 마치 명령에 죽고 사는 군대처럼 간주한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금감원은 업무 개선 방안도 내놨다. 간단하거나 긴급한 사항은 전화나 e-메일 보고로 대체하고, 국장 등이 바쁠 땐 결재서류를 서류함이나 비서에게 맡기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원장은 팀장 이상의, 본부장은 본부 소속 직원의 이름과 근무부서 알기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은 이런 조치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더 잘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본업에선 구멍이 뚫리기도 한다. 금감원은 고유가로 인한 차량의 비상급유 건수 급증이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9월부터 비상급유를 유료화하기로 했지만 뒤늦게 통계상의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은 올 들어 5월까지 비상급유 건수가 56.4% 급증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32.4% 증가한 데 그쳤다. 감독 당국이 가격 결정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발표를 하면서 기본통계도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것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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