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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140) 대구 달서갑 열린우리당 김준곤 후보

중앙일보

입력

“정치판에 뛰어든 이상 망설이거나 눈치 보지 않고 꿋꿋이 이 길을 가겠습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게임의 룰이 존중받는 사회, 의문의 죽음이 없고 지하철 참사 같은 허무한 죽음이 없는 세상, 희망찬 국민 통합의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대구 달서갑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김준곤(49) 후보는 “희망찬 국민 통합의 시대를 여는 데 보탬이 되려고 욕 먹는 정치인의 길을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현직 변호사이다. 더욱이 법무법인(삼일) 대표 변호사. 그로서는 편안하고 대접받는 길을 벗어나 험한 길로 접어든 셈이다. 대구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여는 한편 환경운동연합·경실련 등의 시민단체에 참여했다. 경북도행정심판 위원 등도 지냈다. 2002년엔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제1 상임위원을 맡아 허원근 일병 타살사건, 인혁당 재건위사건, 최종길교수 사건 등의 진상을 밝혀내는 데도 기여했다.

“인혁당 사건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 때 돌아가신 지역 민주화운동 선배들의 억울한 죽음과 무자비한 고문의 실상을 밝혀냄으로써 가족들의 한을 풀어 드린 건 개인적으로도 보람있는 일이었죠.”

지난해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을 땐 다른 사람들이 맡기 꺼려던 지하철 참사 실종자인정사망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 때 대구시 관계자와 유가족 모두에게서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신임을 바탕으로, 대구시와 유가족 양측의 추천을 받아 지하철 참사 희생자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직도 수행하고 있다.

김 후보는 1955년 경북 청도군 청도읍 부야1리에서 5남3녀의 5남으로 태어났다. 대구상고와 경북대 법학과를 나왔고, 대학 졸업 후 당시 인기가 있던 외환은행에 들어가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은행원은 그러나 적성에 맞지 않았다. 나이 서른에 그는 사시 공부를 시작했고, 4년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로의 전업은 정치 쪽으로 눈 돌리는 계기를 제공했다. 변호사로 일하는 동안 사회를 제대로 보는 눈이 생긴 것. 그는 국회의원이 되면 변호사로서의 전문지식을 토대로 낡고 비합리적인 법들을 고치고 새로 만드는 일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법률 조항의 조사 하나가 국민 생활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법률을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죠. 잘못 만들어진 법률의 폐해를 차단하고,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합니다.”

국민들 편에 서야 한다는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탄핵은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였습니다. 국민을 저버린 어떤 권력도 옳지 않다는 게 명백해졌죠. 한마디로 실체 없는 지역주의에 편승한 정치인들이 땅 따먹기 하듯 국민들을 갈라 놓은 거예요. 이렇듯 지역주의에 연연하거나 옛 정에 이끌려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게 구시대 정치인들의 실상입니다.”

정치 개혁에 대해 그는 단호했다. 정치 개혁은 특정 정치인이나 정파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바람이라는 것. 그 핵심은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 시스템을 생산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돈 선거는 우리 정치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악의 근원으로 돈 선거 때문에 능력과 노력이란 단어가 값어치가 없어졌다고 강변했다.

“우선 정치 자금이 투명해 지고, 이를 토대로 금권 정치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정치 개혁 과제들 중 가장 먼저 할 일이죠.”

참여정부에 대해서도 이런 의의를 평가했다. 국민 참여의 폭을 넓히고,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 경제적으로는 그러나 여러 가지 아쉬운 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들의 눈과 귀가 그 어느 때보다 열려 있어 합리적으로 대처한다면 어려운 문제들도 잘 풀려나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선거날이 다가오면서 현역 의원인 한나라당 후보가 가장 위력적으로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한나라당이 지지도를 회복하고 있는 데다, 후보가 재선 의원이라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으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그러나 “16대 국회가 좋은 정책을 생산하지 못했고 도덕적인 결함도 있어 국민들의 신임을 못 얻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지역구인 달서갑은 40대 이하가 전체 주민의 80%를 차지하는 젊고 활기찬 지역이다. 그는 자신이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도 젊은 유권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대구는 장기적으로 섬유일변도의 산업구조를 고도화시켜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에도 힘써야 하구요. 달서구에 대해선, 성서 지역이 분구 되도록 기반 조성을 서두는 한편 삼성상용차 부지를 적절히 활용해 지역 경제 발전과 문화 진흥의 초석을 놓겠습니다.”

대구=황선윤 중앙일보 영남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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