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른옷 꼭닮은 어린이 옷 유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말투며 행동거지가 어른 뺨치는 요즘 아이들.옷차림에서도 아이냄새가 좀처럼 풍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올겨울 멋쟁이 꼬마 대열에서 빠지지 않으려면 으레 한벌씩 갖춰야한다는 인조털 패딩코트와 무스탕 재킷.어른 옷의 유행이 아이들 옷에 까지 고스란히번지고있는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동복 업계에 따르면 「어른 옷의 축소판」 같은 아이 옷 유행은 지난해 이후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는 것.흔히 미시족으로 지칭되는 젊은 엄마들의 소비 패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구매력과 소비욕구를 동시에 지닌 20~30대 엄마들은아이 치장에도 각별한 정성을 쏟지요.결국 의류업체로선 옷을 입는 아이보다 돈을 지불하는 엄마들의 취향에 맞출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김민제아동복의 이영란 실장은 「아이 치수로 만든어른 옷」들이 매장을 빼곡이 메우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대체로 숙녀복의 유행을 거의 동시에 혹은 한박자 늦게 따라가는 것이 아동복 디자인의 대세라는 설명이다.
이런 경향은 브랜드아동복 뿐만 아니라 시장 옷을 중심으로 한소위 보세 옷가게에서도 비슷비슷하게 드러난다.실속파 젊은 엄마들이 주로 찾는 이화여대앞 어린이옷 가게들에는 인접한 숙녀복 가게들에 걸려있는 옷들을 그대로 치수만 줄여놓은 듯한 옷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다.
어린이 옷가게 졸리앙팡을 경영하는 정소라씨는 『지난 여름엔 배꼽티와 찢어진 청바지를 찾는 엄마들이 줄을 잇더니 겨울이 되자 패딩코트와 인조모피 코트가 대 인기』라며 『자신이 입고있는옷과 비슷한 디자인을 찾아 자녀와 함께 「콤비 패션」을 연출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한다.
올겨울 어른 옷에 이어 아이 옷에서도 최대 유행품목이 된 패딩.인조모피 코트의 가격은 대략 3만~6만원선(브랜드 제품은 8만~14만원).여기에 받쳐 입을 수 있는 패딩 미니스커트.쫄바지등과 함께 무릎밑까지 오는 부츠.타조털 목도리 등 패션소품도 성인풍이 잘 팔린다고 한다.
이같은 최근의 어른 옷같은 아이 옷 유행에는 『예쁘다』『깜찍하다』는 찬사 못지않게 곱지않은 시선도 따라다닌다.『어린이 옷은 뛰어놀기 편해야하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값비싼 옷속에 갇혀 지내는 셈』『아이들을 엄마의 노리개로 만들고 있다 』는 것.
그중엔 무엇보다 금방금방 자라는 아이들에게 유행따라 옷을 장만해주는 일은 낭비적인 성격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옷이 작아지거나 닳아서 못입는 것이 아니라 유행이 지나 안입게 된다는 것.한 아동복 업체 관계자는 한벌에 60만~70만원 을 호가하는무스탕 재킷이 내놓자마자 불티나게 팔리는 걸 보고 자신도 놀랐다며 오히려 구미(歐美)쪽에선 아이 옷이라면 유행을 타지않는 디자인으로 튼튼한 것을 골라 형제끼리 물려입는게 보편적인 추세라고 전한다.
현재 국내 아동복 시장은 2조원에 가까운 규모.자녀 치장에 정성을 들이는 엄마들이 늘어나며 매년 10%이상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