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다수가 두렵지 않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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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에서 상점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50대 여성 독자 장유정씨가 중앙일보로 글을 보내왔다. 촛불 집회를 이제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대다수의 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도 사먹을 돈이 없을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로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대 틈에 섞여 국회 등원을 거부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에게도 하루 속히 국회로 들어가 민생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다. 반대파 눈치 보느라 제 목소리 못 내는 지식인들에게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다음은 독자 장유정씨가 보내온 투고 글의 전문이다.

“침묵하는 다수가 두렵지 않습니까”

촛불 집회에 대해 몸소 느끼는 생각과 생활고를 중년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애타는 마음으로 전하고자 합니다.

촛불 집회하는 많은 애국자, 그리고 선구자적 사고를 지닌 지성인 여러분들. 나라와 국민 건강을 위해 도로를 점거하며 곤봉으로 맞고 물세례를 맞기까지 하는 그 충정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와 삶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대다수의 저같은 서민들은 이 문제로 더 큰 생활고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빛나는 태양 저편에 반드시 그림자가 있듯 그 이면에는 시위로 인하여 민생고에 찌들리고 있는 보통의 서민들이 많다는 것 알고 계시겠지요.

국민의 이름으로 데모하고 시위하시는 여러분! 앞뒤 꽉 막힌 법으로는 풀리지 않고 있는 모든 민생법안을 국회를 열어 통과시켜 경제의 동력을 일으켜야 할 때입니다.

야당 국회의원 여러분! 당신들이 하는 행동이 서민과 국민들을 위한다고 보십니까? 시위하는 사람들 틈에 안주하여 반정부 투쟁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인데 장사고 뭐고 되는 일이 없습니다. 당장 100만원 벌금 낼 돈이 없어 자살하는 서민들 TV에서 봤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 아십니까. 우리가 보기엔 (촛불 집회가) 전부 배부른 사람들의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먹고 사는 일에 힘들고 지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식인들, 목소리 좀 내어 주십시오. 국회와 시위대에 조언 좀 해주십시오. 반대 목소리에 다칠까봐 그러십니까? 큰 목소리의 한 사람 뒤엔 침묵하는 다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등원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은 세비받을 자격 없습니다. 일 안하는 국회의원도 데모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시위대에 숨어 있는 국회의원들 여러분 국회에 들어가서 민생법안 가지고 고민하고 싸우십시오. 왜 자기들 할 일은 안 하고 돈을 받습니까? 국민이 봉입니까? 서민 월급봉투 쥐어짜서 놀고 먹는 그런 사람 먹여 살립니까? 너무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목소리도 없는 줄 아십니까? 컴퓨터 잘 못하는 50대 이상은 국민이 아닙니까? 인터넷 하지 않는 국민들도 인생 경험과 선견지명을 갖고 있는 지혜로운 애국자 많습니다.

큰소리 내지 않고 침묵했던 우리들, 이제 목소리 내야 합니다. 한 사람이 쥔 확성기로 다수를 선동해서는 안됩니다. 하늘에서 비와 천둥이 내리쳐 촛불을 끄고 모든 것이 순리대로 소통되어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게 국회도 정상화돼야 합니다. 쇠고기 안 먹겠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보다 그 쇠고기조차 못 사먹을 형편이 되어가는 사람이 더 많은 실정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알고 제발 민생을 돌봐주십시오.

저는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딸 셋을 둔 주부입니다. 딸들의 반대와 무모하다는 질책을 들고도 엄마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TV 보도도 이런 사람의 목소리도 내보내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폭등하는 물가와 생활고에 찌든 영세 상인의 애절한 부탁입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장유정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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