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힐러리의 고독한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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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부인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 26일 연방대배심에 출두,자신의 결백을 알리는 고독한 싸움을 벌여 세계적관심을 끌었다.참고인이긴 하지만 연방대배심이 그녀의 증언을 위증으로 판단할 경우 클린턴 대통령의 재선운동은 결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혼자 와서 혼자서 간다.대통령부인이라도 모든 사람은 법정에서는 혼자』라고 한 신문은 이렇게 묘사했다.사람은신 앞에서는 누구나 혼자며 모든 국민은 법앞에서 모두 홀로라는해석이다.힐러리는 클린턴가(家)의 가까운 친구 였던 백악관보좌관 빈센트 포스터의 자살사건 직후 화이트워터사건 관련 서류를 치움으로써 지난 2년간 화이트워터사건 특별검사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클린턴은 아칸소주지사 시절 화이트워터지역 부동산투기에 개입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배심증언의 초점은 이 서류를 치운 힐러리의 의도가 증거은폐를 위한 것이었느냐에 모아졌다.
그러나 힐러리의 법정출두가 법적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은 음미할 대목이다.
미모와 명석한 두뇌에 전문직을 갖고 사회활동이 활발해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의 한 사람이자 또 대통령부인인 힐러리에 대한 사회의 시기와 질투가 그녀를 외롭게 한다는 것이다.이는 여성계에서 주장하는 성차별론이다.
반면 이같은 질 시는 여성측에서 오히려 더해 힐러리의 인기도하락을 더욱 부채질한다는 반론도 있다.자신의 뛰어남으로 인해 관심의 과녁이 되고 있는 힐러리를 공화당이 클린턴대통령 공략의정략적 희생양으로 선택했다는 음모설도 있다.그녀가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은 단순히 법앞에서의 고독 때문이 아니라 사회에서 뛰어난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고독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녀평등이 실현되고 여성의 사회진출에 장애요인이 걷혔다는 미국사회의 이면에도 남성위주 의식은 여전하다는 방증이어 서 힐러리의 고독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
진창욱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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