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戰 상흔씻는 레바논 현지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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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동의 자유무역항이자 금융과 관광의 중심지로 중동의 파리로 명성을 날렸으나 15년간의 내전끝에 「죽음의 도시」로 전락했던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그 베이루트가 내전 종식후 7년만에 재건의 망치소리를 요란히 울리고 있다.
27일 시리아를 거쳐 베이루트시내 밥답가(街)에 도착한 기자는 중동평화협상의 여파가 이곳에도 밀려오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수 있었다.
내전의 공동피해자였던 기독교.이슬람 양측 모두 내전의 말로를뼈저리게 느끼고 국가재건이란 목표 아래모든 힘을 결집하고 있다. 「호라이즌 2000」이란 계획을 수립,사회간접자본(SOC)구축에 나서고 있는「재건위원회(CDI)」의 부트로스 라바키 부위원장은 『오는 2007년까지 모두 1백80억달러(14조원)를투입,도로.항만.통신망.주택.교육등 거의 모든 분 야에 걸쳐 복구사업을 완수할 계획』이라며 기자에게 레바논의 재건열기를 설명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레바논 재건계획은 화려하다.호라이즌 2000이외에도 베이루트시가지 복원을 위한「솔리데르」계획이 입안되어 있고 레바논 정부는 여기에 오는 2000년까지 총 3백억달러(23조4천억원)를쏟아부을 계획이다.
솔리데르 계획 홍보책임자인 라셰드 파이에드는『제1단계로 모두2백65개의 파괴된 건물을 지정,복구를 끝내는 한편 새로운 시가지도 추가 조성해 동지중해 연안의 금융.관광중심도시였던 베이루트의 옛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며 『한국기업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계획과는 달리 현재 베이루트의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27일 기자가 찾았던 밥답가주변도 아직은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를 실감케하는 상흔이 깊게 남아있었다.
내전으로 부서진 신호등이 거리곳곳에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낸 채 방치돼 있었고 호텔의 수돗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푸이드 시니오라 재무장관은『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경제를 재건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외국의 원조나 투자를 적극 끌어들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해외거주 레바논인들이 보유중인 송출자금의재반입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시니오라 장관의 말처럼 레바논은 지난해 무역수지에서 5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68억달러의 돈이 해외에서 송금돼 실제로는 11억달러의 흑자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그동안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4백50억달러(35조5천5백억원)의 자금이 단계적으로 재반입될 경우 레바논의경제재건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시니오라장관은 『93년 이후 연간 국민총생산(GNP)성장률이7%대를 유지하고 있고 인플레도 한 자리수로 억제했다.
여기다 경제복구에 대한 레바논인들의 신념이 강해 머지않아 레바논은 옛 영화를 회복하게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내전이전만 해도 중동에서 가장 뛰어난 상재(商才)를 가진 레바논인들이어서 재건이 본격화하면 베이루트는 또다시 중동무역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베이루트=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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