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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종교인들이 촛불 살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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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종교인들까지 ‘거리’로 나왔기 때문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촛불시위 정국이 꺼져 가고 있는데 일부 진보 성향의 종교인들을 중심으로 촛불을 다시 살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 정권이 10년 갔었는데 이 정도 저항을 예상치 못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아주 ‘나이브(naive, 순진)’한 정부”라고 일침을 놨다. 그러곤 “이번에 쇠고기 촛불이 꺼지더라도 앞으로 공기업 개혁을 시작하면 공기업 개혁 촛불이 등장할 거고, 정부의 역점적 시책에 대한 진보 세력의 반대 촛불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2일 당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태희 정책위의장, 홍 대표, 권영세 사무총장. [사진=안성식 기자]

당내에서도 비슷한 걱정들이 나온다. 하지만 종교가 워낙 예민한 사안이어선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백성운 의원은 “사제단은 한국 근대사에 어둠을 밝힌 횃불”이라며 “사제단 미사를 계기로 극렬했던 폭력 시위가 비폭력으로 바뀐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거리에서 미사를 계속하는 건 문제”라며 “자칫 다시 폭력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교통 정체, 법질서 파괴 같은 부작용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은 노무현 정부 때 정치와 종교가 충돌할 경우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 지켜봤었다. 2005년 말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의 전신)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뒤 종교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종교계 사학이 많은 가톨릭과 개신교가 특히 강경했다. “순교의 각오로 싸우겠다”는 이도 나왔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교회 가는 게 두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2006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대선의 패배 원인 중에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의 반감도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 평소 종교계와 친분 있는 여권 인사들이 나서 종교계와 접촉하는 이유다. 어떻게든 설득해 보려는 노력이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얘기하고 있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종교의 현실 참여 신중해야”=국내의 대표적 종교학자인 서울대 정진홍 명예교수는 “종교도 현실 속에 있으니 참여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최선이란 걸 판단할 수 없어 죄인이란 걸 고백하고 깨우치는 사람이 되자는 게 종교인데 종교 스스로가 ‘최선의 자리에서 최선을 발언한다’고 하는 건 펀더멘털리즘(원리주의)의 과오일 수 있는 만큼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볼 걸 두루 보면서 조심할 건 조심하면 협조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정죄(定罪·죄가 있다고 단정함)가 가능한 건 아니다”라고도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원종씨는 “예수는 정치지도자가 되길 거부하고 십자가에 매달리신 분”이라며 “종교가 정치의 영역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글=고정애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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