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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방한” 백악관이 먼저 발표 … 한·미 외교 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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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일 청와대와 백악관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 날짜가 먼저 공개된 곳은 워싱턴이었다.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2일 새벽(한국시간)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8월 5∼6일로 찍어 공개했다.

정상 간 회담 일정은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게 원칙이다. 시차 등으로 동시 발표가 어려울 때에는 초청하는 측이 먼저 발표한다. 초청 대상국인 미국에서 먼저 일정을 공개한 것은 외교관례상 이례적인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방한 날짜를 합의하고, 발표 시기를 협의 중인 상황에서 먼저 발표가 나왔다”며 “백악관 측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와 매끄럽지 못한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유감을 표시해왔고, 우리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이런 일이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의도적으로, 또는 틀린 얘기를 하면 문제지만 이번엔 모두 협의된 사항이 개인적 착오로 발표된 것”이라며 “미국이 고의로 그랬다는 데 동의하기 힘들고, 양국 관계에 지장을 주는 외교적 결례란 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 24일엔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이 ▶부시 대통령의 7월 방한 무산과 ▶7월 초 일본 G8(주요 8개국) 정상회담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사실을 먼저 공개했다. 당시엔 한국과의 조율이 100%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일방적인 발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쇠고기 파문이란 한국 내 혼란상과 한·미 정상회담이란 주제 자체가 가진 무게감에 비쳐볼 때 ‘단순한 실수의 연속’이나 ‘외교적 미숙’으로 넘기기 어렵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쇠고기 추가협상에서 한국에 너무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정서가 미국 행정부 내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가능성은 작지만 만약 미국이 의도를 갖고 결례를 했다면 쇠고기 문제를 빼고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 사실이 새나온 뒤 청와대의 대응도 문제였다. 청와대는 백악관발 외신 보도가 나온 뒤 2시간이 지난 오전 8시에도 “부시 대통령의 방한 시기는 아직 협의 중이며, 구체적인 방한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오전 11시가 돼서야 핵심 관계자가 “날짜는 맞다”고 확인했고, 이동관 대변인의 공식 발표는 오후 4시30분에야 나왔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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