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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세자嬪과 영부인의 통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하이 힐러리,그쪽 사정 어때요.』 『아주 좋아요.어제는 미국 퍼스트 레이디로는 처음으로 연방 대배심(大陪審)에 출두해 증언 했어요.내가 매디슨 신용금고에 자문료를 청구한 서류가 뒤늦게 발견된 것,그것 별것 아니에요.미국 1백대 변호사에 드는내가 그런 하찮은 서류 까지 신경써야 합니까.처음엔 없다고 하다 뒤늦게 책상 서랍에서 나온걸 놓고 화이트워터 사건의 유력한증거물이 나온 것처럼 야단인데 어림 없는 얘깁니다.그쪽은 어때요,다이.』 『이혼 법정이 곧 열릴 것 같은데 아마 미국의 심슨 재판을 뺨치는 세기의 재판이 될 겁니다.우리 변호사들은 위자료로 1백90억원(1천5백만파운드)정도는 받아야 겠다 하고,찰스쪽은 63억원(5백만파운드)선을 고집하고 있습니다.이혼하 라는 여왕폐하의 명령이 떨어진 이상 이젠 영국 왕가와 별 볼일없어졌어요.』 『영국 국민은 아직도 당신에 대한 사랑도,왕실에대한 존경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사실 여왕을생각하면 저도 가슴이 아파요.그러나 찰스가 나에게 한 소행을 생각하면 치가 떨려요.영국 TV의 인형극 보셨어요.찰스가 침대에서 왼쪽에 나를 눕히고 오른쪽에 카밀라 파커 볼스를 눕힌 장면 말이에요.프로그램 제목처럼 추 잡한 이미지 그대로입니다.찰스가 내 눈을 피해 그 너절한 중년 여인과 통정하고 있었다니.
찰스는 영국 왕이 될 수 없어요.첫째아이 윌리엄이 엘여왕을 승계해야 합니다.저의 당면 목표는 찰스의 등극(登極)저지,바로 그것입니다.』 『다이애나,당신은 3백년 가까운 역사의 왕조(王朝)를 뒤흔들고 있군요.』 『왕실과 나는 서로 실망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왕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한 나는 결코 조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그건 그렇고 힐러리,당신이 클린턴의 재선가도에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도 있더군요.』 『천만의 말씀입니다.공화당의 깅그리치 하원의장이 쌍소리로 욕하고 뉴욕 타임스 칼럼이나를 거짓말장이라고 매도해도 여전히 나의 인기는 압도적입니다.
』 『당신의 인기는 사회개혁에의 끊임없는 열정,바로 그것 때문이라는데 맞나요.』 『흔히 미국의 엘리트들 가운데 실용주의자들은 하버드로 진학하고 이상주의자들은 예일로 간다고 하지요.저는예일에서 사회개혁 수단으로 법을 활용하라는 것을 배웠습니다.비록 제대로 실현되진 못했지만 의료보장제도의 개혁도,「남의 아이는 없다」든가「가급적 많은 아이에게 가급적 많은 기회를 주라」는 아동복지에 관한 저의 행동지침도 거기서 나온 것입니다.그건그렇고 TV에 나와 승마교사와의 정사(情事)를 고백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대식증(大食症)을 공개한 당신의 용기는 정말 찬양할만하군요.』 『저도 당신의 활약에 감탄하고 있어요.그런데 최근유력한 여성 적수들이 등장한다면서요.』 『공화당 보브 돌 상원의원의 부인 엘리자베스 돌과 또 다른 대권주자 필 그램 상원의원의 부인 웬더 리 그램이 저를 추격하고 있지요.특히 웬더는 연방 선물(先物)거래위원장을 지낸 똑소리 나는 여자입니다.이 여자는 한국(韓國)이민 3 세입니다.』 『웬더가 한국계라구요.
아 참,요새 한국 얘기 들으셨어요.거기서는 고교입시를 치른 어린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도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비밀리에 입학을 거부당한대요.』 『아니 그런 끔찍한 일이.그 나라는 국민 소득이 1만달러를 넘는다면서 왜 촌티를 벗어나지 못한대요?』 (수석 논설위원)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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