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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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하코네(箱根.はこね)」는 고대때부터 일본의 중부지방과 동부지방을 잇는 험한 산중길의 관문이었다.이곳을 지나지 않으면 일본 본섬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던 도읍으로 갈 수도 없고,동쪽으로 갈 수도 없었다.
일본의 수도는 현재 도쿄(東京)다.동부지방의 관동평야(關東平野) 한가운데 있다.그러나 고대의 도읍은 줄곧 중부지방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하코네의 높고 험한 산 동쪽 일대를 당시 도읍 사람들은 「아즈마(東國.あずま)」라 불렀다.
동쪽지방,즉 「동국(東國)」을 왜 「아즈마」라 불렀는지 일본사람들은 모르고 있다.하지만 이것을 우리 옛말로 풀면 곧 그 뜻이 밝혀진다.
「아즈마」의 원래 발음은 「아두마」다.「아」는 「가」의 백제말,「두마」는 「두메」의 옛말이다.따라서 「두메 산골의 맨 끝가장자리」가 「아두마」다.이 「아두마」가 「아즈마」로 변음(變音)되어 온 것이다.
도읍이 있던 중부지방에서 생각하는 동부는 「아즈마」라는 이름이 증명하듯 아주 머나먼 두메 산골이었다.동부지방을 그처럼 먼개념으로 생각하게 만든 데엔 이 하코네 일대의 험준한 산길도 한몫했다.
고대 일본의 통치자들에게 있어 동부지방은 소중한 땅이었다.무쇠가 많이 산출되었고,그 무쇠로 무기와 농기구를 만들어내는 우수한 기술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더군다나 드넓은 평야에선 벼농사도 잘 되었다.험한 산길을 무릅쓰고 내왕이 잦았 던 것은 무기와 양곡을 나르기 위해서였다.
아즈마의 남자들은 용맹하여 병정으로 동원되기도 했다.3년간의병역의무를 치르기 위해 그들은 하코네 산길을 거쳐 규슈(九州)의 북부로 파병(派兵)되곤 했었다.신라나 당나라의 습격에 대비시킨 것이다.
『이 고장을 왜 「하코네」라 했을까요?』 베란다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아리영이 물었다.
『우리말 「바구니」의 옛말 「바고니」가 「하코네」의 어원(語源)이라고 어머니께 들었어요.우리말의 「ㅂ」소리는 일본말이 되면서 대체로 「ㅎ」이나 「ㅇ」소리로 바뀌기 일쑤랍니다.그래서 「바고니」가 「하코네」로 변음(變音)했다는 거지요 .남북으로 둥글게 움푹 파인 저 호수와 호수 주변을 테두르고 있는 온천마을은 흡사 바구니 바닥과 바구니 테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하코네」란 지명이 우리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이 고장이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증명 하는 셈이지요.』 「하코(箱)」라는 일본말도 「물건을 박아넣는 상자」의 뜻으로 「바고」라 불렀다고 우변호사는 설명했다.
글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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