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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코노미>엔지니어 두뇌를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엔지니어링(工學)이 21세기에 인문과학(liberal arts)학위가 된다』고 하면 모두가 웃을 것이다.미국 MIT의 존 센더 엔지니어링 학장의 말이고 보면 그냥 웃어 넘길 일은 아니다. 작년에 MIT를 졸업한 엔지니어링 학도들의 14%이상이 금융및 증권회사로 스카우트됐다.캘리포니아 공대에도 10여개금융증권회사들이 스카우트 손길을 뻗쳤다.댐이나 제트엔진.발전설비등의 설계공부를 한 이들을 데려다 무엇에 쓰려느냐는 의문도 나온다.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들이 지닌 「문제해결 기술」(problem-solving skill)이다.일반 비즈니스와 금융에도 이 기법이 두루 응용되기 때문이다.오늘의 시장(市場)들은 갈수록 기술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을 요 한다.시황(市況)분석에 수학과 컴퓨터응용기술은 기본이다.가격등락을 예측하고,시시각각 리스크(위험부담)를 분산관리해야 하는 금융.증권시장들이 특히 그렇다.
컴퓨터 모델을 만들고 용도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은엔지니어들의 영역이다.엔지니어 두뇌들은 유수한 기업체나 연구소에 들어가 연구에 몰두하거나 대학교수가 고작이었다.그러나 월가(街)등 손꼽히는 투자금융회사에 스카우트되면 실 적에 따라 연간 백만달러 단위의 보너스도 쉽게 손에 쥔다.
냉전(冷戰)종식이후 국방및 항공산업체들의 신규고용이 줄어들자투자금융산업계를 넘보는 엔지니어 두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전공을 가리지않고 기본자질이 우수한 사람들(generalist)을 뽑아 일정기간 훈련을 거쳐 현업에 투입하는 것은 이제 시간과 자원의 낭비라고 한다.
수학두뇌들의 진출도 두드러진다.MIT출신 수학박사 앤드루 카는 77년 메릴 린치를 위해 고객 개개인의 자금을 관리하는 「현금관리계정」을 고안했다.투자종목별 자금이동 상황과 복잡한 지출내용이 하나의 계정으로 한 눈에 쉽게 추적.파악 된다.이 「메릴 린치 혁신」은 모든 증권회사들로 파급됐다.
기업간 경쟁에 게임이론이 적용되면서 게임전략 개발을 위해 수학자들을 스카우트하는 기업도 늘고있다.과당경쟁은 서로를 멍들게한다.경쟁상대를 잡아먹는다고 이윤이 극대화되지도 않는다.경쟁속의 협력적 공존을 위한 동반승리(win-win) 전략의 개발은수학두뇌들의 영역이다.경영학과 경제학 두뇌들의 설 땅이 좁아진다.그러나 기술 못지않게 마케팅과 조직관리도 중요하다.엔지니어두뇌들은 대체로 연구실에서 혼자 문제를 풀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조직속에서 대인(對 人)관계에 약하고,말하고 쓰는 능력이 부족해 고객상대나 조직의 리더로는 문제가 적지않다는지적도 받는다.엔지니어 스쿨들은 수업중 구술(口述)발표 기회를늘리고 리더십 특별세미나 과정도 신설하는등 교과과정을 다투어 개편중이다.
기업경영에서 엔지니어가 만능일 수는 없다.다만 훌륭한 「엔지니어링 마인드」없이 기업의 장래는 약속되지 않는다는 시류가 주목을 요한다.
(본사 칼럼니스트) 변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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