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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홍대 앞 누비는 인디음악 여성 인기가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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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글=정현목 기자, 사진=박종근 ·김상선 기자

에릭과 듀엣곡 낸 요조
맑은 목소리 … 남자가수 러브콜 쇄도

무대에서 노래할 때는 요즘 말로 ‘샤방샤방’하더니, 말할 때는 참 ‘조곤조곤’하다.

홍대 인디신의 얼짱 중 하나인 요조(27·본명 신수진·사진)다.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커피 한잔 어때’ ‘고고찬’을 불러 인지도를 높이더니 최근 신화의 에릭과 함께 디지털 싱글 ‘노스탤지아’를 불러 화제다. 노래는 음원 사이트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귀여운 척한다는 비아냥도 듣고, 폭발적인 가창력이 아니라는 점에서 콤플렉스에 빠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맑고 편안한 제 목소리에 자부심을 느껴요.”

그런 목소리 덕분에 다른 가수들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한다. 그는 드렁큰 타이거, 공일오비, 프라이머리,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등과 함께 작업했다. ‘처음만 힘들지’ ‘마이 네임 이즈 요조’(My Name Is Yozoh)는 광고 음악으로 전파를 탔다.

그는 대학(경기대 불문과) 때 힙합 동아리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홍대 인근에서 활동하다가 입소문으로 2003년 1인 밴드 허밍어반 스테레오에 픽업됐다. ‘바나나 셰이크’ ‘샐러드 기념일’이 이때의 히트작.

그의 음악을 취미에서 직업으로 끌어올린 계기는 2006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의 만남이었다. 밴드와 함께 공연·음반 작업을 하던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첫 앨범을 냈다. 밴드의 기타리스트 민홍이 적극 권유했고, 작곡·연주 등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그래서 요조는 “밴드와의 작업이 보석 같은 시간들이었다”고 했다.

그는 세 곡을 작사했다. 중랑천에서 만난 홍콩스타 저우싱츠를 위해 노래를 만든다는 내용의 ‘슈팅스타’ 등 상상력 넘치는 가사와 코 고는 소리 등 애드리브가 화제가 됐다. 일부 남성팬은 “뭐를 원해, 원하는 걸 줄게”(‘마이 네임 이즈 요조’), “기브 미 유아 바나나(give me you’re banana)”(‘바나나 파티’) 등의 가사가 성적인 연상을 불러일으킨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담패설도 남자들과 함께 웃어 젖혀요. 저보고 퇴폐적인 매력이 있대요. 요조는 요조숙녀의 요조가 아니에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 실격』의 주인공 이름이죠.”

요조는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한다. 자작곡으로 70%를 채운 두 번째 앨범을 내놓는 것. 이달 중 발매될 앨범은 주제가 ‘친구’다. 지난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동생에게 바치는 노래도 있다.

“큰 슬픔을 겪고 난 뒤 작곡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소재 면에서 개인적인 느낌이 더 강해졌어요.”

동생 얘기로 잠시 눈시울이 붉어진 요조. ‘홍대신의 얼짱’ 얘기에 다시 ‘조곤조곤’ 모드로 돌아왔다. “‘홍대 인디신의 요정’으로 불리며 성장한 만큼, 떴다고 해서 이곳을 떠나지는 않을 거예요. 인디신에서 종횡무진하고 싶어요.”

싱어송라이터 뎁
4차원 소녀의 감성 노래에 담아

‘뎁’(deb)-.

‘거리를 배회하는 사춘기 불량소녀’라는 뜻이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뎁(28·본명 김민경·사진)의 첫 인상은 그리 ‘불량’해 보이지 않았다.

사춘기는커녕 조금 있으면 30대에 접어들 나이다. 하지만 차가울 정도로 투명한 눈빛에서 세상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싶은 사춘기 소녀의 감성이 느껴졌다. 혼자 상상의 세계에서 잘 놀 것 같은 ‘4차원’의 기운도 그를 감싸고 있다. 액세서리와 스타일에서도 홍대적 감성이 물씬 풍긴다.

결국 ‘홍대 앞을 배회하는 사춘기적 감성의 4차원 아티스트’라고 그를 정의하는 게 어떨까 싶다. 얼마 전 그가 내놓은 1집 앨범 ‘패러렐 문스’(Parellel Moons)는 그의 풍부한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각각 다른 차원의 밤에 일어난 사건들을 늘어놓은 듯한 몽상적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이 앨범으로 ‘5월의 우수신인 음반상’을 받았다. “달이 떠 있을 때 감상적인 기분이 되잖아요. 밤의 정서가 무엇일까 고민하며 노래를 빚었어요.”

밤의 대표적인 정서는 외로움. 뎁도 그 외로움에 동화적 상상력의 살을 붙여 앨범을 만들었다. 13곡 모두 직접 작사·작곡·편곡했다. 평소 생각을 일기처럼 정리해뒀다가 노래에 맞는 소재들을 불러와 멜로디를 붙였다.

‘스카스 인투 스타스’(상처), ‘도파민’(중독), ‘치유 써커스’(마인드 콘트롤), ‘야간 개장’(맹목), ‘얼음성’(외로움), ‘푸른 달 효과’(늑대 인간) 등 노래의 소재들은 소녀의 일기장에서 막 끄집어낸 단어들 같다.

그는 앨범 재킷 그림까지 음반 작업의 대부분을 집에서 혼자 했다. 하지만 사운드 메이킹 능력은 만만치 않다. 왈츠·룸바·보사노바·스윙 등 다양한 리듬의 향연을 펼쳐놓았다. 한밤 중에 롤러코스터를 타고 신나는 리듬과 함께 상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다.

“영화음악처럼 공간이 떠오르는 노래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흔한 사랑 노래, 따라 하기 쉬운 노래보다 어떤 상황을 담은 노래가 좋아요. 영화음악을 하는 게 꿈이에요.”

뎁은 1999년 단국대 생물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홍대 인디밴드를 전전했다. 기타 치며 노래하는, 예쁘장한 여성 보컬로 소문이 났다. 2003년부터 남성듀오 ‘페퍼톤스’의 객원보컬로도 활동하고 있다.

“페퍼톤스 객원보컬을 하며, 록은 내게 맞는 옷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공간이 그려지고 리듬감이 풍부한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요.”

독특한 시각과 상상력 덕분에 그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지금 그가 열중해 있는 것은 자신의 첫 단독 공연(12일·홍대 앞 라이브클럽 ‘쌤’)이다.

“‘홍대신의 얼짱’이라는 수식어가 솔직히 고맙죠. 홍대 인디신이 침체돼 있는데, 이런 거라도 이슈가 돼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시면 좋은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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