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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8엔 있는데 한국 축구엔 없는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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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유로 2008에는 있다. 그러나 한국 축구에는 없다. 월드컵보다 규모는 작지만 축구의 대륙인 유럽만의 잔치라서 경기력도 높고 대회 운영도 배울 점이 많다. 유로 2008에서 한국 축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바를 짚어봤다.

▶전술-수비는 더 이상 수비가 아니다

유로 2008에서 드러난 가장 큰 전술적 특징은 수비수들의 놀라운 공격 능력이다. 이상철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이제 포백의 좌우 풀백을 수비수라고 표현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독일 필리프 람은 터키와의 준결승에서 결승골과 1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의 선봉에 섰다. 러시아도 왼쪽 풀백 지르코프의 활약이 4강 돌풍의 원동력이 됐다. 포르투갈은 중앙 수비수인 페페가 동료와 절묘하게 포지션을 바꿔가며 최전방까지 올라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은 “한국은 포백이 오버래핑을 하더라도 크로스를 올리는 것으로 임무가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중앙으로 파고들어 스스로 해결해 내기도 한다”고 부러워했다.

▶판정-오심도 존중하라

한국 축구와 유럽 축구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부분의 감독은 오심으로 인해 손해를 본 경우라도 “패배를 심판 탓으로 돌리지는 않겠다”(이탈리아 도나도니), “난 판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스위스 쾨비 쿤)고 말했다.

심판도 사람이고, 실수를 할 수 있고, 때로는 억울하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심판이 일부러 장난을 치지는 않는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전히 국내 축구에서는 심판에 대한 불신이 크다. 패하면 심판 탓부터 하는 감독도 많다.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행정-실리와 상생

유럽축구연맹(UEFA)은 현대차·맥도널드·칼스버그 등 6개의 톱 파트너와 아디다스 등 4개의 유로 스폰서를 두고 있다. UEFA는 이들로부터 수백억원의 금액을 지원받고, 대신 이들이 대회를 통해 최대한 이익을 챙기도록 협력했다. 경기 전후와 하프타임에 전광판에는 쉴 틈 없이 이들의 광고가 흘러나왔다. 경기장 내에서는 칼스버그와 코카콜라 음료만 팔게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스폰서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축구 쇼를 펼친다.

UEFA는 이번 대회 수입을 13억 유로(약 2조8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운영비로 6억 유로(9600억원) 정도를 지출하며 남는 수익 중 약 4억5000만 유로(7200억원)를 각국 축구협회에 배분한다.

또 유로 2008에서 뛴 선수들의 클럽에도 보상금을 지급한다. 한국에서는 A매치를 치르면 축구협회가 수익을 거의 독차지한다. 프로 구단과 번번이 차출 갈등을 빚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빈(오스트리아)=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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