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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선수들 체벌 압박해 놓고 코치 뒤로 숨는 ‘폭력 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본지 6월 6일자 23면에 게재한 ‘공부하는 농구팀이라더니’ 기사는 연세대 농구부 선수들에 대한 가혹한 체벌을 다룬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연세대 농구부 김만진 감독은 최근 기자에게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원산폭격’ 체벌 당시 감독은 현장에 있지 않았다 ▶선수가 호흡 곤란을 일으킨 것은 원래 앓고 있던 천식 때문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선수와 관련, 감독은 그 선수를 단 한 대도 때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지난해 원산폭격 사건 당시 김 감독은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체벌은 코치가 했다. 이에 대해 정정한다.

그러나 해당 코치는 “김 감독이 ‘어떤 코치는 선수들을 아예 잡는다더라’고 여러 차례 얘기를 하며 압박했다”면서 “전임 감독 시절에 나는 선수들에게 손도 대지 않았다. (체벌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나서 문제가 생기니 뒤로 숨는 감독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선수와 학부모들은 “지난해 다른 학교에 연습 경기를 하러 갔다가 그 학교 학생들까지도 놀랄 정도로 한 선수를 심하게 폭행했고 상습적으로 선수의 따귀를 때리는 감독이 책임을 미루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 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선수는 “감독에게 맞은 적이 있으며 감독으로부터 ‘너는 중학생 수준도 안 되니 운동 그만두는 편이 낫겠다’는 조롱을 듣다 보니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했다. 감독이 천식 때문에 쓰러졌다고 한 선수는 당시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벌벌 떨면서 “다 제 잘못이니 용서해주세요”라고 할 정도로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김 감독은 “정신 차리라고 몇 대 때리는 것이 문제가 되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연세대 체육위원회의 인식도 김 감독과 비슷했다. 윤여탁 위원장은 “정신과 치료 학생은 고등학교 때부터 지병을 앓았으며, 그 정도는 교육적 차원의 체벌로 본다”고 말했다. 해당 학생과 부모는 “자꾸 지병이라고 얘기하면 진료 기록을 공개하고 소송을 걸겠다”고 격분했다.

삼천포여중고 농구부는 이달 초 감독이 학생들 따귀를 때리는 모습이 보도되자 곧바로 감독을 해임했다. 그러나 연세대는 119 구급차까지 출동했는데도 감독·코치 견책에 그쳤다. 운동 선수도 수업을 들으며 전인교육을 시켜 학원 스포츠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팀이어서 뒷맛이 더욱 씁쓸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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