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경상수지 잡을 경제운용 방향 나올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8호 17면

요즘 음식점에 걸려 있는 메뉴판이 성한 게 거의 없다. 재료값을 비롯해 온갖 물가가 동시에 뛰다 보니 원래 있는 숫자 위에 오른 가격을 덧붙인 게 많아서다. 출입구나 창문에 붙여놓은 가격표도 첫 글자가 사라진 게 부지기수다. ‘김치찌개 5000원’에서 5자가 빠지고 ‘김치찌개 000원’만 남아 있는 식이다. 물가대란에 시달리는 게 음식점뿐이랴. 서울 근교의 주유소 입간판엔 얼마 전까지 경유값이 위에, 휘발유값이 아래에 표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싼 경유값을 눈에 띄게 해 손님을 끌려는 상술이었다. 하지만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넘어서면서 이런 풍경은 사라지고 있다.

팍팍해진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1일 나오는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재확인될 전망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연구기관장 초청 간담회에서 6월 물가가 “5월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강 장관의 말이 아니더라도 5월에 4.9%였던 물가 상승률이 이달에 5%를 넘어서리라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장에선 ‘6%에 근접할 것’이란 비관론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한국 경제를 괴롭히는 악재는 이 밖에도 수두룩하다. 마스터카드가 세계 주요 국가의 소비심리를 조사해 보니 한국은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경상수지 적자는 6개월째 계속되고 있고 유가 상승세는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몇달 전까지 7% 경제성장을 장담했던 정부도 급기야 “4%를 좀 넘어설 것”(26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라며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2일 기획재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한다. ‘성장’에서 ‘안정’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 이후 처음 내놓는 ‘큰그림’이다. 정책의 초점을 물가 안정에 맞추고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듯한 당국자의 발언이 사라지고, 행정지도·세무조사 등 70년대를 연상케 하는 물가에 대한 직접 통제도 경쟁 촉진 등 시장친화적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속시원히 해결할 ‘도깨비 방망이’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고유가 대책에 이미 1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붓기로 해 나라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고 금리 등의 정책수단을 동원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시간이 걸리고 인기가 없어도 경제 체질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장기 대책을 정부가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주
1일 지식경제부 6월 수출입 동향 발표●3일 미 6월 비농업 취업자수●3일 미 6월 실업률 발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