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 피어난 곳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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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 02면

장마입니다. 소리 소문도 없이 장마가 왔습니다. 기상청에 있는 수퍼컴퓨터도 지구온난화 때문에 변덕 부리는 날씨를 제대로 알아맞히기 어렵다고 합니다. 난감한 일입니다. 산에 사는 사람들은 일기예보에 민감합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산에 기대어 사는 만큼 날씨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큰비가 오기 전에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도 잡아야 하고, 밭이랑도 손질해야 하고, 널어 놓은 먹거리도 갈무리해야 하고, 밀린 빨래도 해야 하고, 집 안팎으로 눅눅하기 전에 이것저것 정리해 바람이 잘 통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장마철을 무사히 보낼 수 있습니다.

도회지 아파트에서는 편리한 에어컨 한 방이면 이 모든 불편함을 날릴 수 있다지만 이 편리한 에어컨 한 방이 바로 지구온난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지 않나요? 어떻게 보면 편리하게 사는 것이 꼭 편리한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건너 산에서 피어 나는 비구름이 왜 이리 아름다운가요? 쉼 없이 모습을 바꾸는 비구름 속을 한가로이 거닐어 봅니다. 지나가는 산새와 함께.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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