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회의가 왜 미팅이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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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이젠 국민학생들도 미팅이란 걸 한단다.『미팅이 뭔지 아니?』하고 물어보면 『알아요.여자애 아니면 남자애 만나는 거잖아요』하고 혀를 낼름 내민다.
요즘 국민학생들 보면 미팅의 저변 확대라고나 할까.자유로워서참 좋겠다(그런데 옆에서 툭 한 마디.요샌 유치원 애들도 미팅이란 걸 알아요.아이구,골치야).
할 수 없다.여기서 만화로 돌아가야지.왼쪽의 안경 낀 학생은일본인 여학생 하시모토양,오른쪽이 한국에서 유학간 정아무개양이다.두 사람은 일본어로 말하고 있는데 끝에는 둘다 「난 모르겠네」하는 얼굴이 됐다.왜냐하면 일본어의 미팅구( ミ-テイング)는 회의란 말과 동의어.두 서너명이 둥그런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는 간단한 회의도 미팅구,중요한 거래처의 높은 사람 모시고 하는 회의도 미팅구다.
학교 축제를 앞두고 하시모토양은 동아리의 행사를 의논하기 위해 회의를 하자는 것인데,정아무개양은 우리 식으로 미팅구란 말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무슨 미팅을 동아리 방에서 하느냐고,이상한 미팅도 다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럼 일본 대학생들은 우리가 말하는 미팅은 안 하는 걸까.물론 대답은 아니오.
남학생그룹과 여학생그룹이 모여 먹거나 마시거나 하는 걸 두고고콘이라 한다.고콘은 고도(合同:ごうどう)콤파(コンパ.친목회)란 말의 준말.그러나 우리식으로 1대1로 짝짓는 미팅을 나타내는 명사는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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