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PD수첩 광우병 왜곡 주장’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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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26일 프로그램 제작 당시 영어 번역가로 참여했던 정지민(26)씨가 “제작진이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소로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정씨가 전날 PD수첩 게시판에 ‘번역 실수’라는 제작진의 해명에 항의하며 올린 글과 중앙일보를 포함한 언론 인터뷰 자료를 입수해 분석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PD수첩 제작진이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정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PD수첩 측에 촬영 테이프 원본과 번역 자료를 요청해 실제 방영분에서 왜곡이 있었는지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PD수첩의 왜곡 보도 논란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 결론을 내기로 했다. 임수빈 형사2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식품전담검사 4명을 투입,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검찰 관계자는 “PD수첩 보도로 촛불 거리시위가 한 달여 이어질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만큼 보도 내용이 왜곡됐는지, 사실인지 객관적 진실을 신속하게 규명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PD수첩 방영 내용뿐 아니라 광우병에 대한 의혹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 의견도 들어 가능한 범위에서 밝힐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우선 PD수첩이 4월 29일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 동영상을 입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또 보도 내용의 근거 자료가 된 국내외 보고서나 논문 등 원자료도 수집해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한수의학회와 의사협회·과학기술단체 등에도 의견 조회를 하기로 했다.

수사팀은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와 PD수첩 제작진도 일정이 조율되는 대로 조속히 소환 조사키로 했다. 정씨를 포함한 영어 번역가들도 불러 번역 내용이 프로그램 대본과 자막에 제대로 반영됐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PD수첩 제작진으로부터 제작 의도나 경위에 대해서도 충분히 의견을 청취할 생각”이라며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PD수첩 보도가 정운천 장관과 쇠고기 협상 대표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지칭한 것 외에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보도한 것 ▶화장품·의약품·라면을 먹고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고 한 점 등이 대상이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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