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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많은 세계의 前.現 퍼스트레이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에서는 요즈음 부인 힐러리의 신뢰성 문제로 빌 클린턴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나라를 경영하는 지도자들도 집안 다스리기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범인(凡人)들과 다를게 없는가.권력과 명예를 양손에 거머쥐고도 집안에서는 부인의 등쌀에 시달려체면을 구기는 각국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 예가 페루의 후지모리 대통령.일본계 대통령으로 유명한그의 가정불화는 94년8월 일본계 부인 수산나 히구치가 『남편이 여비서와 놀아나 남자아이를 둘이나 낳았다』고 포문을 열면서공식화됐다.
수산나는 이어 『정부가 각종 건설공사에 개입해 큰 돈을 챙기고 있으며 대통령의 친척들이 빈민에게 기증된 옷을 팔아 돈을 착복했다』며 후지모리의 주변을 공격했다.
후지모리는 수산나 거처의 수도와 전기공급을 끊고 대통령궁에서쫓아낸후 영부인 자격을 박탈하는등 둘의 싸움은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변해갔다.
이에 수산나는 신당을 만들어 반정부 투사로 돌변,지난해 대선출마를 선언하는등 저항했다.그러자 후지모리는 수산나를 겨냥해 대통령 친인척의 공직 출마를 금지한 이른바 「수산나 법」까지 제정,반격했다.수산나는 결국 출마하지 않았고 후 지모리는 재선됐다.후지모리는 재결합을 애원한 수산나를 뿌리치고 지난해 7월이혼,21년간의 결혼생활을 파경으로 마감한 후 미스 페루 출신여성과 재혼했다.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도 부인문제로 몸살을 앓았다.27년간 투옥생활 끝에 남아공의 흑백화해를 주도해 대통령에 당선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아 세계적 존경을 받고 있는 그는 92년 부인 위니 만델라와 별거하면서 국제적 화제를 뿌렸 다.남편의 투옥기간중 반백인투쟁을 주도했던 위니는 투사답게 호전적인 성격으로 호락호락하게 남편 손아귀에서 머무를 여자가 아니었다.위니의 흑인소년 살해사건 연루설로 별거를 시작한 이들의 감정싸움은갈수록 커져 만델라가 지난해 4월 부 인을 예술.문화.과학부차관에서 해임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지난해 7월 방한때도 부인 대신 딸을 데리고 왔던 만델라 대통령의 37년 결혼생활은 이제 이혼소송이 끝나면 도장찍는 일만남았다. 카를로스 메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불행한 가정생활로는뒤지지 않는다.메넴의 부인 술레마 요마는 정부정책에 비판적 자세를 취하고 관료의 부패를 비난하는등 사사건건 메넴과 대결해 90년부터 별거에 들어갔다.이들의 불화는「메넴가의 전쟁 」으로불리며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요마와 아이들이 대통령관저에서 쫓겨나는 장면,두사람의 맞고소 전보내용등이 TV에 방영되면서 메넴 대통령은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메넴은 이어 군사정권 당시 유배갔을 때 지역유지의 딸과 눈이맞아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요마와 이혼했다.
92년부터 별거해 파경을 맞은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불화는 잘 알려진 사실로 이미 두사람은 각각 다른 연인과공공연히 만나고 있다.뿐만 아니라 양자는 모두 TV회견등을 통해 혼외정사를 공개하는등 치고받아 엘리자베스 여 왕이 보다못해이혼을 권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역사적으로도 소크라테스의 부인 크산티페나,링컨의 부인 메리 토트등이 남편을 애먹인 일화는 유명하다.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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