橋胞공장 60%線 복구-고베대지진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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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베(神戶)시를 중심으로 일본 효고(兵庫)현 남부지방을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지 오늘로서 꼭 1년이 지났다.6,309명의사망자와 320만명의 이재민을 낸 지진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관계사진 22면〉 특히 130명이 숨진데다 5,000억엔(약4조원)의 재산피해까지 본 현지 교민사회는 피해시설 복구부진에 불경기마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동포들의 상가가밀집된 고베 시내 나가타초(長田町)에서 구두공장을 경영하는 박주영(朴柱泳. 56.삼지제화 사장)씨는 『급한대로 가설공장을 세워 다시 생산에 나섰지만 지진전 하루 600~700켤레 주문에 비해 지금은 300켤레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울상이다.
朴씨는 17일부터 동업자 모임인 케미컬슈즈협회가 고베 앞바다의 포틀랜드섬에서 개최하는 국제 신발전시회에 기대를 걸고 제품전시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효고현 한국상공회의소의 전융남(全隆男.49)부회장은 『교포공장의 생산시설은 60%가량 복구되었지만 어느 업종이든 생산량은이전의 절반이하』라고 말했다.특히 자국기준의 규격품만을 고집하는 일본측의 엄격한 행정규제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지원하려고 했던 각종 건축자재나 기술인력이 끝내 동포사회에 들어올 수 없었던 점을 全씨는 못내 안타까워했다.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교포 소유의 피해건물 153개동중 완전히 복구된 것은 불과 29.4%인 45개동(95년11월말 현 재)에 불과했다.
고베지역에서는 지진1주년을 기해 피해지역의 자치단체별 추도식이 열리는 한편 1년전의 상황과 꼭같은 강도의 대지진을 상정한대피연습도 실시된다.지난해 1월17일 오전5시46분 발생한 매그니튜드(M) 7.2의 대지진은 2시간 가까이 경과한 오전7시30분에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에게 보고됐다.이 때문에 초동대처가 늦어져 피해도 커졌다.
일본 방재당국은 이보다 꼭 1년전에 발생한 미국 로스앤젤레스지진이 정확히 14분만에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된 점을 교훈삼아 우리의 청와대에 해당하는 총리관저가 모든 재난관련 정보를 즉각 보고받아 지시를 내리게끔 지휘체계를 개선했 다.
고베일대뿐 아니라 일본 전역의 도로.건물.다리 등에 대한 내진(耐震)기준도 더욱 강화됐다.
일본정부는 그동안 세차례에 걸쳐 3조3,800억엔(약27조400억원)의 예산을 지진복구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PC통신망을 이용해 자원봉사자간의 연락망을 구축하는 한편 유사시 이 통신망으로 대피방법등을 전파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민간차원의 대비노력도 활발하다.
고베=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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