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대처, 일본이 한 수 위' 발언 파문 조영남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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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의 악의적 장난에 당한 느낌이다. 내 발언을 왜곡 보도한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에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청할 생각이다.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 가수 조영남(60)씨는 25일 "사태가 예상하지 못한 쪽으로 번져 정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독도.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냉정히 대처하는 일본을 보면 일본 쪽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산케이 신문 인터뷰가 알려지면서 네티즌들로부터 방송(KBS) 퇴출 압력을 받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의 일본어판 출간을 기념해 17~21일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일본이 한 수 위'라는 산케이 신문의 보도 경위는 어떻게 된 건가.

"교묘함의 측면에서 당신들이 한 수 위라고 말했을 뿐이다. 독도 문제의 경우 정부는 쏙 빠지고 시마네현 단위에서 움직이는 것이나 국제 여론에 호소하는 접근법 등이 그렇다는, 일종의 야유였다. 그걸 거두절미해 거꾸로 왜곡시키다니…."

-당신이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했다는 얘기도 있다.

"터무니없다. 내 책을 샅샅이 훑어보라. 인터뷰 때도 '야스쿠니가 뭐기에' 싶어 지난해 가을 한 차례 들러봤다는 얘기를 했을 뿐이다. 그건 참배가 아니라 관광이나 답사였을 뿐이다."

-책에도 "야스쿠니라는 이름의 지뢰밭에 들어가 보긴 하겠지만 결코 지뢰를 터뜨리지는 않겠다"고 씌어 있다.

"산케이 보도를 확인 없이 인용한 한국 신문에도 유감의 뜻을 전하고 싶다. 그걸 쓰려면 최소한 내게 전화 한 번은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인터뷰 때 통역이 있었을 것 아닌가.

"일본인 여성 우시오 게이코다. 그도 산케이를 보고 어이없다며 e-메일까지 보내왔다. 공개할 용의도 있다. 차제에 산케이에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청하고 법적 대응도 할 생각이다."

-현재 심경을 밝혀달라.

"지진해일이 나를 덮친 느낌이다. 확실히 일본인들은 맥아더 장군이 지적한 대로 정신연령 측면에서 좀 낮은 무언가가 있다. 그 점에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의 이어령씨나, '일본은 없다'의 전여옥씨 견해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발단인 당신 책 '… 친일선언'의 진짜 의도를 설명해 보라.

"지난해 일본이 우리에게 잇따른 악수 요청과 함께 꽃다발을 보내왔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욘사마 열풍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악수와 꽃다발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마침 올해가 한.일 수교 40년, 광복 60년 되는 해가 아닌가."

-이런 문제가 꼭 가수가 나설 일인가.

"나는 1945년생 해방둥이다. 일제에 대한 기억이 없는 첫 세대라는 자부심도 있다. 나는 책의 방향을 그런 쪽에서 설정했다. 부글거리는 민족감정 대신에 쿨한 자세, 전향적 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어쨌거나 내 유머감각이나 반어법이 이렇게까지 문제로 번져 국민께 죄송스럽다."

-KBS 사회자 퇴출 압력은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통보받지 않았다. 내가 불량품으로 찍혀 방송사에 부담을 주는 것은 유감이다."

-지금의 파문과 관련해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나.

"당분간은 몸을 숙이고 자숙할 생각이다. 역시 한.일관계는 예민하고 복잡하다는 확인을 새삼 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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