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지도자 '시련의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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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시아.중동에서는 서구에 비해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미약하지만여성이 최고 권력을 잡거나 지도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아시아 여성지도자들은 국내 분쟁 등에 휘말려 거센 시련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련 1호」는 회교권 여성들의 우상인 터키 정도당(DYP)당수 탄수 칠레르.그녀는 지난해말 총선에서 패배한 뒤 조국당(ANAP)과의 연정에 실패해 지난 10일 총리직을 내놓고 말았다. 방글라데시의 베굼 칼레다 지아총리도 시련이 예상된다.지난해에도 정치적 라이벌이자 최대 야당인 아와미연맹 셰이크 하시나와제드(여)총재가 주도한 파업사태로 위기를 맞았으며 야당의 집요한 사임요구에 부닥쳐 조기총선을 실시하는 상황으로 몰렸다.재집권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스리랑카의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대통령은 타밀족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반군들을 거점도시 자프나에서 몰아내 12년 내전을 마무리짓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그러나 그녀는 전체 인구의 11%가 넘는 타밀족에게 자치지역을 허용하자는 자신의 요구가 연립정부내 강경파들의 반대에 부닥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미모의 베나지르 부토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은 지난해 산발적인 시위로 1,950명이 사망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부토총리는 인도내 파키스탄인들의 지지를 받는 모하지르 전국운동당(MQM)의 자치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해 전국이 사실상 내전상태에 돌입했다.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는 현직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여걸.그녀는 지난해 6년간의 가택연금에서 풀려나자 민주국민동맹(NLD)사무총장에 복귀해 정치활동을 재개했으나 군사정권의 개헌회의 참여를 거부한 상태.군부가 좌지우지하는 개헌회의에 들러리를 설 수도 없고,그렇다고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어려워 그녀의 지도력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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