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함 2차대전 후 첫 중국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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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본 군함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24일 중국을 방문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인 ‘사자나미’호는 이날 오후 3시쯤 중국 광둥(廣東)성의 군항인 잔장(湛江)항에 입항해 중국 측의 환영을 받았다. 사자나미호는 쓰촨(四川) 대지진의 이재민을 돕기 위해 싣고 온 모포 300장과 비상식량·위생품 등 구호물품도 중국 측에 전달했다. 사자나미호의 방중은 지난해 11월 중국 구축함 선전호의 일본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이다. 이 함정은 앞으로 5일간 잔장항에 머물며 중·일 상호 군사 교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27일에는 중국 일반인에게도 공개된다.

이번 일본 군함의 중국 방문은 양국 교류에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일 이후 조성된 양국 우호 협력 분위기가 보다 구체적이고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양국 해군 교류가 정례화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방위상이 다음달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군사 교류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8월에는 차오강촨(曹剛川) 중국 국방부장이 일본을 방문해 중국 위협론에 대해 해명했고, 일본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외교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후 주석 방일로 양국 관계는 전략적 호혜 관계로 격상됐고,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 양국 정부가 오랫동안 마찰을 빚어 온 남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 해저석유 공동 개발에 합의한 것이 좋은 실례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 교류가 활성화되면 우호 외교는 더욱 힘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민간 교류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자나미호는 잔장항에 5일 동안 머물면서 중국 국민과 다양한 교류 활동을 하며 민간과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27일 군함을 일반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걸림돌도 있다. 중국 군부 내부에선 여전히 자위대 함정의 방중 반대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신문사(中國新聞社)에 따르면 중국의 양이(楊毅) 해군소장은 “일본의 중국 침략전쟁에서 중국은 심대한 피해를 봤다. 일본국기를 휘날리는 함정이 입항하면 고통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도쿄=최형규· 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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