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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SBS "사랑의 이름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멜로드라마만큼 시청자들로부터 이중잣대의 표적이 되는 장르도 드물 것이다.『유치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럴듯하게 극성(劇性)을 강조하면 시청자들은 쉽게 채널을 돌리지 못한다.멜로드라마의 마력같은 속성때문이다.
SBS가 10일부터 수목드라마로 새롭게 선보인 『사랑의 이름으로』(정지우 극본,김수룡 연출) 또한 멜로드라마의 이런 속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첫사랑을 그리워하는 남녀의 불륜과 사랑,두 가정의 원한관계를 극복하고 사랑을 엮어가는 청춘남녀의 좌절과 도전등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룬다.
이 드라마는 죽음을 눈앞에 둔 옛애인(혜원)을 별장으로 데려와 얼마남지 않은 마지막 순간을 함께 부여잡는 한 남자(정우)의 절규로 시작했다.일견 통속을 깨는 설정으로 시청자의 시선을잡아둘만 하다.시청자의 입맛따라 줄거리를 엮어가 는데 익숙한 드라마 제작현실에서 결론부터 앞세우고 얘기를 끌어가는 구성은 흔치 않은 일이다.연출.작가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슬픈 포옹이 끝나면 극은 과거로 돌아간다.남녀 주인공의 만남.사랑.이별이 파노라마식으로 펼쳐진다.스피드한 전개,간결한 묘사,짧은 문장의 대사.젊은층에게 어필하는 트렌디 드라마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구태여 이름붙이자면 멜로와 트 렌디를 결합한 트렌디멜로드라마라 할까.
「유치하다」「뻔하다」는 멜로드라마의 틀을 깨려는 이같은 일련의 장치들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앞으로의 전개에도 극적 긴장감을 계속 유지해갈 것인지는 그래서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그러나 외간남자와의 마지막 생을 허락하는 남편과 그토록 열렬히 사랑하고도 부모의 반대만으로 포기하고 마는 남녀주인공의 모습은 어딘지 현실감이 부족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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