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강·온세력 지도자 자리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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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 시아파 과격 무장세력이 벌이고 있는 대미 항전의 이면에는 시아파 내 강경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30)와 온건파 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75)의 갈등이 깔려 있다.

두 사람의 대립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축출된 지난해 4월 본격화했다.

후세인 체제하에서 알시스타니의 '미미한' 투쟁에 불만을 품은 알사드르의 추종자들은 후세인이 제거되자마자 알시스타니의 집으로 몰려가 "해외로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알사드르를 시아파 지도자인 '마르자'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자리를 내놓고 사라지라고 압박한 것이다. 알사드르는 또 같은달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시아파 성직자 아야톨라 압둘 마지드 알호이가 나자프에서 칼에 찔려 죽는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알호이는 알시스타니의 스승인 아야톨라 알카심 알호이의 아들이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 때문에 알시스타니와 알사드르의 관계는 타협 불가능한 단계로 치달았다.

지난달 8일 성사된 임시헌법 협의 과정에서도 불화는 드러났다. 알시스타니는 쿠르드족에 영구헌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준 단서조항을 부여한 임시헌법에 동의했다.

그러자 알사드르파가 들고 일어났다. 이슬람 신정(神政)체제 구축을 주장하는 알사드르는 "코란에 근거해 임시헌법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알시스타니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알사드르는 미군 장기 주둔에 반발하는 이라크 여론을 등에 업고 85%에 달하는 알시스타니 지지세력의 잠식을 노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6일 "알시스타니 지지 세력이던 수백만의 시아파 도시 빈민들 사이에 알사드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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