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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특목고 생이 만든 주간 영어신문 ‘HARBINGER’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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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학교를 대표하는 편집장들이 모여 기사 거리를 정한 뒤 배분합니다. 각 학교에는 외국어에 능하고 신문·방송반 경험이 있는 부편집장과 기자들이 있고요. 신문 제작은 인터넷 카페에서 합니다.”

‘HARBINGER’가 내세운 첫째 목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교생이 알아둬야 할 국내외 중요 사안을 집중 분석하는 것이다. 가령 국내 소식면은 광우병과 촛불집회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찬반 의견을 담는 식이다. 국제면에서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을 다룬 기사를 통해 힐러리의 특징·장단점·당락에 따른 정치적 상황 등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나라별 뉴스를 세계지도 위에 표시해 세계정세를 한눈에 파악토록 하는 것도 학생 신문인 ‘HARBINGER’만의 특징이다.

기사는 당연히 학생의 시각을 가급적 반영하려고 한다. 예컨대 사회문화면엔 여학생들의 무분별한 다이어트 기사를 실어 열띤 토론을 유도했고 논술 동아리의 학습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대체로 남학생은 스포츠 기사를, 여학생은 패션 기사를 탐독하더라고요. 그래도 가장 인기 있는 지면은 ‘School’면입니다. 각 학교의 분위기도 알고 우수 교육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도 참고하게 되거든요. 입학전형 방법, 대입·유학정보, 학생·교사 인터뷰 등 학교 내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기 때문에 외부인들도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외대부속용인외고 부편집장인 김이현(2년)군의 말이다.

학생들의 눈높이와 관심사를 감안한 기사 덕분에 제작에 참여하는 학교의 학생은 물론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 사이에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실제로 서현·양영·죽전 등 경기도 분당과 용인 지역 중학교 6곳에 배포하고 있고 7월엔 강남 지역 중학교 12곳에도 보급할 예정이다. 지금은 매주 8000여 부를 발행하고 있다.

제작 과정에선 시행착오도 많았다. 겨울방학 동안 편집장 회의에서 수십 번이나 지면계획을 뒤집었다. 김군은 “학교마다 입장차가 커 편집장끼리 다투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의 차이와 특징을 이해하게 됐다”며 “그러면서 나와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게 힘들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학교나 학생 개인을 자랑하거나 비난하는 기사, 개인 문제를 하소연하는 기사나 의견은 금지하자는 보도 준칙도 얻게 됐다.

재원 마련도 만만찮은 일. 학생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겠다며 학교나 부모에게 손 벌리는 게 가당찮아 광고도 직접 유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걸음마를 갓 시작한 학생신문에 선뜻 돈을 낼 광고주들은 찾기 어려웠다. 김민주(한영외고 3)양은 “몇 차례 훈계만 듣고 쫓겨난 끝에 어학원과 특목고 입시, 올림피아드 대비 학원을 어렵게 섭외하게 됐다”며 “대입과 특목고 입시 정보, 공부법 등을 많이 다루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 열독률이 높다며 접근했다”고 말했다. 광고 문구가 잘못 실려 광고주에게 쓴소리를 들을 땐 남의 돈을 받아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알게 됐단다. 무엇보다 힘든 일은 부모와 교사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입시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을 잘 아는 당사자로서 시간을 허비한다는 어른들의 걱정을 무마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하지만 신문을 만드는 것 자체가 배움의 과정이고 진로에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닌 게 아니라 영어로 기사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와 글쓰기 실력이 늘었고 시사 이슈와 교과목을 접목하는 시각도 저절로 길러졌다. 신문 제작 경험이 대입 전형의 비교과 영역 평가에도 반영되길 기대하고 있다.

총괄편집장인 권군은 “실력이 대등하고 자존심이 강한 특목고 학생들이 모여 일을 하다보니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과 시기심이 드러날 때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들은 단순히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가 돼 생각을 나누고 협력해 사회를 보는 눈을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고교들도 많이 참여해 ‘HARBINGE R’가 학생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한마당이 됐으면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나 의견이 있으면 e-메일(har bingernews@gmail.com)을 보내주세요.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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