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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라이벌 열전] 바나나 vs 파인애플

중앙일보

입력

둘은 원산지가 다르다. 바나나는 아시아의 열대 지역이다. 지금도 필리핀·인도·중국 등 아시아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40% 이상이 생산된다. 국내에 수입되는 바나나는 대부분 필리핀산. 국산 바나나도 제주도에서 소량 생산되나 가격이 수입산보다 서너 배는 비싸다.

파인애플은 남미가 원산지다. 수입산은 거의 필리핀산이고 제주도에서 소량 재배되는 것은 바나나와 같다.

영양 측면에선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바나나의 대표 영양소는 당분(에너지원)·칼륨(혈압 조절)·비타민 B6(면역력 강화)·비타민 C(항산화 효과)·수용성 식이섬유(혈중 콜레스테롤 감소)다.

바나나의 당분은 바나나가 익어감에 따라 포도당·과당 등 단순당으로 변한다. 두 단순당은 소화·흡수가 잘되고 체내에서 훌륭한 에너지원이 된다. 운동선수, 특히 열량 소모가 많은 마라토너·테니스 선수가 경기 전과 도중에 바나나를 즐겨 먹는 것은 이래서다. 바나나엔 또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변비 예방에 유익하다. 그러나 덜 익은 바나나엔 떫은 맛 성분인 타닌이 들어 있어 오히려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

파인애플엔 비타민 B1(정신건강에 유익)·비타민 C가 풍부하다.

브로멜라인이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도 들어 있다. 이 효소의 분해력은 매우 강력해서 파인애플 농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피부(단백질로 구성)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어복을 입어야 할 정도다. 브로멜라인은 서양에서 1957년부터 의학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혈전 해소·소염·요도 감염 예방 성분으로 주로 쓰인다. 심장병·관절염·기관지염·코감기·요도 감염 환자에게 파인애플을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서양의 민간에선 지금도 목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파인애플 즙 가글을 권한다.

브로멜라인은 또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연육제로 사용된다. 육류·생선·치즈 등 고단백 식품을 먹은 뒤 후식으로 파인애플이나 파파야(브로멜라인과 비슷한 효능을 가진 파파인 함유)를 즐기면 소화가 잘 된다(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김현숙 교수).

열량은 바나나가 훨씬 높다. 바나나의 100g당 열량은 80㎉. 잘 생긴 바나나 하나의 열량이 밥 반 공기와 같다. 과다 섭취하면 다이어트는 물건너 간다. 더욱이 바나나 말린 것의 열량은 날것의 5배(483㎉)에 달한다. 파인애플은 단맛에 비해 열량은 낮은 편이다. 100g당 열량이 23㎉(날것)에 불과하다. 수박·참외 수준이다.

맛은 바나나는 단맛, 파인애플은 단맛·신맛이 섞인 맛이다.

바나나는 수확한 뒤 계속 익어간다. 단맛도 강해진다. 갈색 반점이 몇 개 생기고 속이 무르지 않았을 때의 맛이 절정이다. 파인애플은 일단 수확하면 당도가 더 높아지지 않는다. 신맛은 위쪽, 단맛은 아래쪽이 강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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