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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경제문제에 눈돌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해는 정말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였다.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를 시발로 삼풍백화점 붕괴,노태우(盧泰愚).전두환(全斗煥) 두 전직대통령의 구속등 충격적인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사고.부패공화국이란 불명예를 붙여줘도 할 말이 없었다.
정치권은 모든 잣대를 당리당략에 두고 파쟁으로 한해를 보냈다.6.27선거에서 나타났듯 지역감정도 온존했다.매크로 경제지표는 그럴듯 했지만 경기양극화가 두드러졌다.반도체.자동차.철강등대기업이 중심이 돼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9.3% 대까지 끌어올렸으나 중소기업은 그늘에서 한숨으로 지새야 했다.시중에 돈은 남아돌아 은행이 대출세일에 나설 정도였으나 중소기업에는 그림의떡일 뿐이었다.담보가 부족해 대출을 받을 수 없는 탓이다.말 그대로 부익부(富益富)빈익빈(貧益貧 )이었다.
지난해 8월 어음부도율은 0.79%로 70년대 이후 가장 높았다.1만4,000여 중소기업이 쓰러졌다.지방에서 아파트가 분양이 안돼 지방경제는 말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같은 현상이 올해도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우선 정치적으로 살펴보자.표적사정,김종필(金鍾泌)씨의 축출,잇따른 대형사건.사고등으로 정부.여당을 떠난 민심은 여당으로 되돌아올줄 모르고 있다.국민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역사 바로세우기에도 박수는 치나 시큰둥한 2중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동기와 절차상 문제와 지역정서 때문이다.
4월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 어느 당도 과반수 획득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다.그러니 여당은 여당대로,야당은 야당대로 모든 잣대를 총선전략에 맞추고 사사건건 대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총선후에는 차기대권 전략을 염두에 둔 정계개편으로 정치권이 시끌벅적할 것이다.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치논리가 모든 가치판단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져 정쟁과 파쟁이 계속돼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다.
경제적으로 봐도 지난해 보다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성장률.물가.노사문제등 모두 불안하다.특히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지난해 4.7%대로 눌러놨던 물가는 상당폭 오를 전망이다.본격적 지방자치실시로 민선단체장들의 눈치보기가 심화 돼 서비스요금은 들먹거리고,공공요금은 수익자 부담원칙이라는 논리에 밀려 오르기 경쟁을 하고 있다.또 올해 노사문제도 만만치 않을 조짐이다.지난해 출범한 민주노총과 총선정국이 맞물려 올해 임금협상은예년과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경기도 하강국면을 맞고 있다.이는 각종 지표가 말해주고 있다.기업의 체감경기는 지난해 4.4분기부터 급속도로 차가워지고 있다.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분기보다 8포인트 낮아진 94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업황(業況)BSI가 100이하로 떨어진 것은 94년 1.4분기이후 처음이다.BSI는 기업경영자들이 보는 경기지수다.100을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호조,이하면 경기악화를 나타낸다.BSI는특히 심리적 요인이 강하다.비자금 파동과 대기업총수들의 소환조사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유가.곡물가등 원자재값은 오르고 달러강세등 대외경제여건도 심상치 않다.그동안 침체에 빠졌던 일본은 지난해 0.8%의실질 성장률에서 올해는 2.2%성장률이 예상되는등 다시 활력을되찾아 우리를 압박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새해가 시작됐다.이제 4년만 있으면 21세기다.선진국이 되느냐,마느냐는이 기간중 결정된다.소모적인 정쟁에만 매달릴 시간이 없다.역사청산과 개혁은 해야 하나 그것을 위해 다른 것을 모두 희생할 수는 없다.또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도 안된다.
정치권이 불안하면 경제도 흔들리는게 우리 현실이다.정치권은 치열한 국제생존경쟁에서 우리가 처한 위치를 직시해야겠다.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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