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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선거법 프리미엄 현역들만 신바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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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이 지역구인 신한국당(가칭)K의원은 지난 7일 의정보고회를 가졌다.
통상 의정보고회는 예식장이나 회관등을 빌려 대규모로 치르는게관례다.그러나 K의원의 이날 의정보고회는 단촐했다.
지역구에 사는 당직자의 집을 빌려 20여명 남짓한 당원들을 상대로 간담회까지 곁들였다.
K의원은 이런 의정보고회를 1주일에 두세번씩 계속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K의원은 『예년처럼 의정보고회를 대규모로 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무의미하다』며 『선거법상의 규정을 최대한 활용한 이런 의정보고회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현역의원들은 요즘 사실상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K의원의 경우처럼 이른바 「사랑방 의정보고회」를 통한 유권자접촉이다.지난해말 정기국회에서 처리된 선거법은 의원들의 의정보고회를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있다.수는 물론 방식에도 제약이 없다. 의원들끼리만 머리를 맞대고 개정한 선거법으로 생겨난 현역의원들의 프리미엄이 만들어낸 모습이다.
신한국당의 또다른 P의원은 지역신문을 만들어 지역구에 돌리고있다. P의원은 이번달로 접어들면서 의정보고서까지 곁들여 선거구내에 뿌리고 있다.의정보고 자료 배포도 물론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역의원이 아닌 원외위원장들에겐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않는다. 경남에서 무소속 출마를 준비중인 P씨는 요즘 고민중이다.개인사무실로 사용중인 건물 유리창 바깥에 「새 인물 새 정치」란 구호를 써붙였으나 아무래도 선관위 눈총이 두려워 백지로이를 가려놓았다.
P씨는 『현역의원들은 사무실에 대문짝만한 이름을 내건 것은 물론 의정보고회까지 열며 분주하게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며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속이 탄다』고 하소연했다.
때문에 이같은 선거법을 둘러싸고 원외위원장들의 불평불만이 날이 갈수록 표면화되고 있다.지난 6일 박성범(朴成範)씨등 신한국당의 서울.경기지역 원외위원장 20명은 선거법 개정을 정식으로 당 지도부에 요구하기도 했다.서울서초갑 김찬진 (金贊鎭)위원장은 『근본적으로 선거법이 참신한 정치신인들의 등용을 막고 있다』고 토로했다.
무소속후보들은 당원단합대회 등의 허용이 정당후보에게만 유리하다고 불평한다.
반면 선거법의 맹점을 공략하는 의원들의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한 다선의원은 의정보고회를 갖는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2만원짜리 도시락을 돌려 화제가 됐다.
선거법 규정에는 김밥이나 다과등은 제공할 수 있지만 식사는 줄수 없게 돼있다.노련한 이 의원은 김밥이라는데 착안해 도시락을 주문하면서 위와 아래에 김을 깔고 덮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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