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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서울 시의회 ‘그들만의 의장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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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일 오후 서울 시의회 본회의장은 후반기 의장 선출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이틀 전 열린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 김귀환 의원이 의장 후보로 뽑혔지만, 갑자기 불거진 금권선거 의혹으로 투표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주웅 현 의장이 투표 연기론을 폈지만, “ 이미 결정된 대로 투표를 해야 한다”는 동료 의원의 빗발친 요구 끝에 결국 투표는 치러졌다.

재적의원 106명 중 99명이 참가한 투표 결과 김 의원은 과반수(50표)에서 불과 6표를 더 얻어 당선됐다. 김 의원이 100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공식 후보임에도 당 소속 의원 중 적어도 44명이 김 의원을 지지하지 않거나 투표에 불참한 것이다. 당의 내부 갈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서울 시의회 의장은 관례에 의해 전국시도의회의장 협의회의 회장을 겸하고,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는 경우도 잦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다. 그러다 보니 이번 의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에서 5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문제는 이런 자리를 뽑는 과정이 시민들의 지지나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야 곧 밝혀지겠지만, 돈 선거 의혹은 그 자체가 부끄러운 모습이다. 당사자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모종의 제보가 들어와 확인 차원에서 계좌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류업체 ‘마드모아젤’의 대표인 김 의원은 재산신고 188억원으로 전국 지방의원 중 1위를 차지한 재력가다.

경선 과정에서 의장 후보들이 일제히 “현재 연간 6804만원인 의정비를 8000만원대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것에도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계획대로 의정비가 올라간다면 금액으로는 전국 최고이고, 인상률도 20% 정도나 된다. 이전에도 시의회는 ^학원 교습시간을 현재 오후 10시까지에서 무제한으로 풀어주거나 ^준공업지역에 아파트 건축을 대폭 허용하는 등 민감한 사안을 공청회 한 번 없이 추진하다 물의를 빚었다. 한 정당이 시의회를 사실상 독점하다 보니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김귀환 의원은 의장에 당선된 직후 “의원들과 열심히 대화하는 의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화할 상대는 동료 의원보다 시민들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정완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