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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물류대란을 역사로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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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물류대란이 진정되어 가고 있다. 2003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화물차 파업으로 물류대란을 경험했음에도 그동안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다시 화를 자초한 정부와 물류업계의 반성이 절실하다. 정부·화주·운송업자 사이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정부가 일일이 관여해 해결자 노릇을 해야 되는가.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민간부문의 책임과 노력으로 조정되고 해결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유가 급등으로 야기된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데 경제 선진국가 중 우리만 이 같은 위기상황을 만들어 내는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해결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세계적 원자재가격의 급상승으로 우리의 5월 수입가격 상승률은 44.6%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다. 닥쳐올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소비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운송량도 크게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벌써 세계 유수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은 기항 항구 수를 축소하고 있으며, 주요 기항 항만을 선정할 때 안정된 항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느냐를 고려하고 있다. 항만에서의 노동자 파업, 그리고 연계수송망의 안정성 등이 주요 고려사항이다.

만일 기항하였을 때 컨테이너 운송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않아 빈 배로 출항할 경우 손실은 컨테이너 정기선 운항에 치명적이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있는 항만의 기항은 당연히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차량운송 분담률은 75% 이상이다. 세계적 물류국가인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항의 도로운송 분담률은 38%에 불과하며, 또 다른 유럽연합(EU) 물류중심지인 앤트워프 항도 도로운송 분담률이 46%에 내륙 수운비율이 27.8%, 철도 18.6%, 피더선 운송비율이 7.2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뉴저지 항 역시 도로운송 분담률이 47%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우리의 차량운송 분담률 75%는 요즘 같은 연료비의 급상승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경인 지역과 부산신항과 광양만을 아우르는 화물 전용열차의 건설을 고려할 경우 컨테이너를 화차당 2개 내지 3개를 적재할 수 있는 튼튼한 철도를 건설해 경인 지방은 물론 향후 확대될 남북경협 무역자유지대를 연결할 수 있는 장기 물류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현재 정부의 강압에 의해 타결되는 운임인상은 화주에게 공정하지 못하고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방치한 채 급한 불만 끄는 방식이다. 화주에게 전가된 인상운임은 결국 상품가격에 이전되고,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요인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화주나 운송업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 다단계 하청구조로 되어 있는 운송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화주들은 정부가 육성하고 있는 전문 물류업체에 운송을 아웃소싱함으로써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관계를 형성하고 장기적인 동반자적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운송업자들은 공동운영 방식으로 순환배차와 운송속도의 저하를 통한 이용차량의 증가와 연료절감을 기하고 단계적으로 노후차량을 도태시키도록 해야 한다.

적정 표준요율은 운송업자들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원칙 아래 정해져야 하지만 목표는 전체 물류비용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정책적 수단으로 업계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국가 물류비를 절약해 나가는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 물류비는 매출액 대비 10%에 달하며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이 물류비만 절약할 수 있어도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은 향상될 수 있고, 수입물가도 저렴하게 되어 국내 수입유발 인플레이션 효과도 감소될 수 있을 것이다. 물류대란은 이제 역사가 되어야 한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