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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형님 좋고 아우 좋고…가족창업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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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했지만 취업하기 쉽지 않았던 최대순(27)씨. 그는 지난해 12월 어머니에게 “8000만원을 빌려 달라”고 애원했다.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것이다. 20년 동안 외식업을 해 온 어머니는 고민 끝에 아들의 뜻을 받아들였고 시장조사까지 함께했다. 최씨는 서울 독산동에 66㎡ 규모의 참숯바비큐치킨전문점 ‘훌랄라치킨’(www.hoolala.co.kr)을 열었다. 전공을 살려 매출 변동과 식자재 사용 현황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등 세련된 경영 기법을 도입했다. 남동생 역시 최근에 본격적으로 점포 운영에 합세했다. 현재 월 평균 매출은 4000만원, 월 평균 순익은 1500만원 수준이다.

경기도 부천 중동 GS스퀘어 구내식당가에서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호아빈’(www.hoabinh.co.kr)을 운영하고 있는 박진환(37)씨는 2006년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194㎡ 규모의 점포를 열었다. 2억5000만원이 들었다. 재테크를 위해 적당한 투자처를 찾고 있던 아버지는 아들의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박씨는 부족한 창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주방 일을 맡아 아들을 돕고 있어 인건비를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월 평균 4000만원 매출에 10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창업시장에서 ‘패밀리 비즈니스’ 붐이 일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에다 고물가까지 겹친 요즘, 부모의 자금과 자녀의 노동력이 결합한 창업 형태를 자주 볼 수 있다.

◇형제들 간 역할 분담으로 시너지=가족 창업은 주인 의식을 공유하고 결속이 잘 돼 수익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 목동에서 방문 잉크·토너 충전업 ‘잉크가이’(www.inkguy.co.kr)를 운영하는 오동은(32)·승필(29)씨 형제. 전 직장에서 영업부에 근무했던 형은 경험을 살려 신규 고객 발굴 업무를 맡고, 동생은 기존 고객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동은씨는 “서로 의지도 되고, 업무시간이나 자기 관리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창업비용은 1250만원이 들었고 현재 월 평균 매출은 1000만원, 순이익은 600만원 수준이다. 반씩 나눈다.

서울 번동에서 자동차 내·외장 관리업 ‘맥과이어스’(www.carup.net)를 운영하는 김혁수(30)·광훈(27)씨 형제는 명확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혁수씨는 직장을 다니며 모은 돈으로 창업비용을 댔고, 자동차 도장업체에 근무했던 광훈씨는 전반적인 업무를 주도하고 있다. 혁수씨는 “명절 때나 볼 수 있었던 동생을 매일 보며 함께 일하니 부모님도 흐뭇해하신다”고 말했다. 115㎡규모의 점포에 창업비용은 점포비 포함 7000만원. 월 평균 매출 900만원에 월 평균 순익은 650만원 정도다.

◇인건비 절감 효과 더 커져=고유가·고물가로 수익이 악화되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 창업의 가장 큰 매력은 인건비 절감이다. 서울 홍익대 앞에서 스파게티 전문점 ‘솔레미오’(www.솔레미오.kr)를 운영하는 장태진(46)씨는 부인 안종선(46)씨와 여동생 현정(38)씨를 합류시켜 인건비를 아끼고 있다. 여동생은 주방 일을 맡고 장씨와 부인은 홀 서빙과 카운터를 책임진다.

장씨는 “평소 수익률은 30% 정도였으나 최근 식재료 가격이 급등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하지만 아내와 동생의 도움으로 인건비가 절약돼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비용은 89㎡ 규모의 점포비를 포함해 1억5000만원이 들었다. 월평균 4000만원 매출에 10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본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가족 창업은 창업비용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실패할 경우 가족 전체에 미치는 타격은 구성원이 각각 다른 일을 할 때보다 더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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