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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대 탐방 <2> 한국예술종합학교 & 한국전통문화학교

중앙일보

입력

문화는 사람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전통의 바탕위에 현대의 감각을 덧칠하는 사람들. 그들이 뿜어내고 있는 예술혼들이 모여 문화가 된다. 그들의 말, 몸짓을 더욱 깊고 아름답게 발현해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곳. 한국전통문화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찾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지난 2월 한국 영화계에 의미 있는 사건이 있었다. 베를린 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 한국의 단편으로는 유일하게 ‘불을 지펴라’가 경쟁작으로 초청된 것. 이 영화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이종필(28·영상원 4년) 감독의 작품이다. 이 감독을 만나 학교생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늦었지만 축하한다. 세계의 주목을 받은 소감이 어떤가.
 “대부분의 감독들이 그렇겠지만 누군가의 주목을 받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이번에도 내가 학교 들어오기 전부터 생각했던 주제를 영화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부끄럽기도 하다.”
 -영화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록 그룹 ‘도어즈’를 동경하는 북한 소년의 탈북기를 그린 30분짜리 영화다. 그래서 제목도 도어즈의 대표곡인 ‘Light my fire’로 지었다. 학교 학생들과 팀을 이뤄 그들과 함께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 제작한 영화다. 어눌한 분위기의 영화인데 의외로 주위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 좀 놀랐다.”
 -한예종에 입학한 계기가 있다면.
 “무려 4번의 도전 끝에 입학하게 됐다. 군입대 기간 중에 휴가를 나와 시험봤는데 운 좋게 합격한 것이다. 그만큼 절실했었다.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 나의 절실함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낀다. 중앙대 사진과를 중퇴하고 들어왔는데 밖에서 만났던 이 학교 학생들의 개성이 아주 강해 나와 딱 맞는 곳 일거라 생각했다.”
 -한예종의 장점이라면.
 “우선 자유롭다. 의지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영화나 오페라는 여러 분야가 뒤섞여 하나의 장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음악·미술·연극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야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예종은 최적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기본적인 시설이나 지원 시스템도 아주 잘돼 있다. 영화 촬영을 원하는 학생에게 발전차까지 무료로 대여해 주는 곳은 이곳밖에 없을 것이다.”
 -한예종에서 만든 작품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완성도만 놓고 따진다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여러 분야의 학생이 자신의 실력을 한 곳에 집중해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너무 사색적이고 철학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소위 ‘한예종 스타일’이라는 게 있다. 생각이 머릿속에서 나와 현실을 걸어야 하는데 우리 작품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요즘엔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업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을 직접 사사하는 느낌이 들어 거의 모든 수업이 또렷이 기억된다. 그중에서 꼽으라면 ‘평생 함께 예술활동할 친구들을 여기서 만날 수 있다’고 하신 어느 교수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예종을 지망하는 후배에게 한마디.
 “한두 번 실패한다고 좌절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저 나와 ‘운때’가 맞지 않아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면 된다. 자책하고 포기하면 그 때 진정 실패하는 것이다. 학원 다니면서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입시 예술의 단점인데 머리가 너무 획일적으로 굳어진다. 요즘 최고의 가치는 창의성 아닌가. 원하는 분야에 창의적 열정을 보여야 합격할 수 있다. 시험도 즐기는 마음으로 임하면 된다.”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그냥 앞으로도 계속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사람의 내면에 대한 얘기를 많이 다룰 것이다. 후배들에게 영화감독으로서 이종필이 가는 길이 어떤 길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다.”

[한/국/전/통/문/화/학/교]


“장갑을 끼면 내손이 보호되지만, 장갑을 벗으면 내가 만드는 이 한옥을 보호할 수 있다.” 허계녕(25·전통건축과 4년)씨는 장인의 얼의 참의미를 이 문장 속에 오롯이 담아냈다. 자연과의 단절 아닌 소통만이 전통의 대물림, 나아가 새로운 전통을 일궈낼 수 있다는 것. 한옥의 세계화를 꿈꾸는 그를 만나 한국전통문화학교의 학교생활을 들어봤다.

 -전통문화학교에 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원래 건축가가 꿈이었다. 일반 대학의 건축과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이 학교를 알게 됐다. 그 이후로 보다 전문화된 다른 교육기관도 찾아봤는데 이 학교가 나에게 가장 잘 맞을 것 같았다.”
 -일반 대학의 건축과와 다른 점이 있는가.
 “이름에 걸맞게 한국의 전통 건축물에 대해 심도 있게 배운다. 한옥에 대해 여기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없을 것이다. 한옥의 역사와 설계, 시공까지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설립 초기에 입학했는데 학교생활이 힘들지 않았나.
 “입학할 당시인 2002년은 아직 학교의 체계가 잡히지 않아 혼란스러울 때였다. 실습 기자재도 부족하고 수업분위기도 꽤나 어수선했는데 지금은 아주 체계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
 -학교가 수도권과 많이 떨어져 있는데.
 “그래서 좋은 점이 많다. 거의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동료 또는 선·후배간의 유대감을 쌓기에는 더없이 좋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팀워크를 살려 함께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한옥건축 시장의 미래에 대해 얘기한다면.
 “최근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긴 하지만 아직 시장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한옥의 구조가 현대인의 생활패턴에 맞춰진다면 양옥이나 아파트보다 훨씬 인기를 끌 것임에 틀림없다. 한옥은 참살이(웰빙)를 추구하는 요즘 시대의 트렌드에 꼭 들어맞는 건축양식이다.”
 -전통문화학교만의 장점이 있다면.
 “각종 실습시설이 정말 잘 갖춰져 있다. 다른 예술대 다니는 친구들이 몹시 부러워한다. 또 한 학기에 3~5회 가는 답사여행도 꼽을 수 있다. 대표로 선정된 학생들이 답사 15일전부터 자료를 모으고 필요하면 실사까지 다녀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브리핑한다. 사전에 충분히 정보를 얻은 후 떠나기 때문에 답사의 취지를 한껏 살릴 수 있다. 그에 드는 경비는 학교에서 전액 지원한다.”
 -이 학교 입학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아직은 사회에서 비주류라 생각될 지도 모르겠다. 문화재 관리나 수리 및 복원, 보존 등 생소한 분야에 관한 공부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전통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라 분명히 비전은 있다. 이 땅에 한옥의 명맥을 유지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 물론 성적이 돼야 하겠지만 전통문화에 애정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학교 졸업 후 목표가 있다면.
 “21세기형 트렌드를 대표할 수 있는 한옥을 만들 것이다. 절대로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일단 목조 건축기술이 뛰어난 일본이나 중국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 일본은 실제로 목조주택을 많이 짓고 사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일본의 그것을 배워 우리 한옥에 대입시키고 현대건축과 접목시켜 한옥을 세계화하는데 크게 일조하고 싶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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