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입시 대학별 논술고사문제-이화여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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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문계〉 1.다음 글을 읽고 .천도(天道)'에 대한 자신의견해를 60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30점) 혹자(或者)는 “천도(天道)는 公平無私해서 항상 착한 사람을 돕는다.”라고 하였다.그러나 백이(伯夷),숙제(叔齊)같은 사람은 仁德을 쌓고 행실을 깨끗하게 하였음에도 굶어서 죽었고,공자의 제자들 중에서가장 학문을 좋아하였던 안연( 顔淵)은 항상 가난해서 거친 음식조차도 배불리 먹지 못하고 끝내 요절하고 말았다.하늘이 착한사람에게 보상해 준다고 한다면 이럴 수가 있는가? 도척같은 큰도적은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포악무도한 짓을 함부로 하며 수천명의 도당을 모아 천하를 횡행하였지만 끝내 천수(天壽)를 다 누리고 죽었다.이것은 그가 덕행을 쌓았기 때문인가? 근자에 이르러서도 품행이 正道를 벗어나고,오로지 사람들이 꺼리고 싫어하는 일만 범하면서도 종신토록 안일향락하고 대대로 부귀를 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경거망동하지 않고 공명정대한 일이 아니면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재난을 당하는 경 우가 헤아릴 수 없이 많지 않은가?만약 천도가 참으로 존재한다면,이런 일이과연 일어 날 수 있었겠는지 심히 의혹스러울 뿐이다.
-사마천,〈史記〉중에서- 2.다음 두 글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생각을 400자 내외로 쓰시오.(20점) (가)우리는 시(詩)에서 우리말이 우리말답게 구사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시 읽기는 우리말 공부를 위한 첩경이요 왕도이기까지 하다.모든 나라의 시가 다 그렇다.어휘 면에서나 낱말의 적정한 구사 면에서나 우리말의 우리 말 다움이 가장 잘 드러나는것이 시다.말과 글에 대한 문리(文理)를 트게 하는 것도 시다.좋은 시란 번역이 불가능한 것이고,번역을 하게 되면 그 맛을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시다.가령 이상(李箱)의 앞 시대 시인인김소월,한용운,정 지용 등의 명편(名篇)들은 외국어로 번역하기도 어렵고,번역한다 해도 이들 시의 시다운 맛은 사라져 버리고말 것이다.그러나 시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상의 여러 산문시에서는 우리 말다움을 느끼기 힘들다.이상의 산문시는 외국어로 번역하 기도 수월하고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도 없으리라는 것이 확실하다.
-유종호,“시와 수수께끼”중에서- (나)송강(松江)의 〈관동별곡〉과 〈전후미인곡(前後美人曲)〉은 우리 동방의 〈이소(離騷)〉이다.그러나 그것을 중국 글로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악사(樂士)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수되거나 한글로 기록되어 전해질 뿐이다. 어떤 사람이 〈관동별곡〉을 칠언시(七言詩)로 번역했으나제대로 되지 않았다.인도 승려 구마라습은 “인도에서는 대개 말로 꾸미는 것(辭華)을 대단히 숭상하여,부처를 찬양하기 위해 지은 인도의 노래는 무척 아름답다.그런데 그것을 중국 글로 번역하게 되면 다만 그 뜻만 알게 할 뿐이지 그 사화(辭華)는 전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당연한 이치다.사람의 마음이 입을 통해 나타난 것이 말이고,말에다 운율을 가미한 것이 노래요,시요,문장이다.사람의언어가 비록 같지 않으나,말을 잘하는 사람이 자기네 고유 언어를 가지고 운을 잘 맞추기만 한다면,충분히 천지 를 움직이고 귀신에게까지도 통할 수 있는 것이다.이는 비단 중국의 경우에만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 나라의 시와 문장은 고유한 언어를 버리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빌려다 쓰니,설사 아주 비슷하게 표현한다 해도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것일 뿐이다.나무하는 아이들이며 물긷는 아낙네들이 지껄이고 서로 화창(和唱)하는 것이 비속하다고는 하지만,그 참된 가치를 따진다면 사대부들의 한시(漢詩)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김만중,〈서포만필〉중에서- 〈자연계〉 1.인문계 1번 문제와 동일.
2.다음 글을 읽고 밑줄 친 물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40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20점) 현대사회는 과학이 지배하는 시대라고들 한다.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놀랍게도 너무나 많은 비과학적인 요소가 우리의 思考와 行動을 지배하고 있다.그중 대표적인 예로 예언(豫言)의 경우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점을 치러 다니는 할머니들과,이름이나 出生 日時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아 왔다.요사이도 이른바 .철학관'이라는 곳을 들락거리거나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손금이나 사주를 보는 젊은이들과 부녀자들을 흔히 보게 된다.
최근에는 김일성이 사망할 시기를 예언했다는 한 여성 무속인(巫俗人)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정계인사,대기업 회장등 사회의지도층 인사들이 그를 만나겠다고 몰려들어 1999년까지 예약이꽉 차 있다는 신문 보도도 있다.또한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지가 그와의 인터뷰 기사를 싣기도 했으며,그의 삶은책으로 출판되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질 것이라 한다.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과율(因果律)을 파괴하는 논리적 모순을 가져올 수도 있고,합리성과 실증을 근간으로하는 현대과학에서는 이런 예언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한낱 미신(迷信)에 불과한 이같은 .예언'이 공공 연하게 유포되고,이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확산되어 가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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