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한 사람 1'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신해욱(1974~ ), '한 사람 1'

모르는 사이 나는 무언가에

이마를 부딪혔다.

넘어지지야 않았고

휘파람도 불었지만

이건 어쩐지 바닥에 누운 자세.

내 목은 약간 빳빳하고

아직은 이마 위를 지나가는

차가운 구름을 느낀다.

어쩌면 이마에 흘러내린

한 올의 차가운 곱슬머릴지도.

구름이 구름에 섞이고

얼마쯤 나는 바닥으로 쏟아진다.

물론 누운 적은 없지만

이건 어쩐지

너무 낮고도 고른 자세.

눈을 뜨면

약간 기울어진 하늘이 보이고

절반쯤만 나는 일어난다.

무엇인가 어깨를 치고 간다.

그림자는 나보다 조금씩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다.



너무 조용하다. 위로해 줄 고통도, 가슴에 담아 둘 잠언도, 무대도, 주인공도, 없다. 누군가를 위해 마련한 단 한 쪽의 케이크도 없다. 내 생의 모든 것을 다 긁어 모아도 쌓인 것은 바람. 내 어깨를 치고 가는 말쑥한 바람.

박상순<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