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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디자인 자주 바꾸는 건 인스턴트 음식 권하는 것과 같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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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10면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의 클럽 ‘제이제이 마호니스’가 15일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27~28일 개관 20주년 파티를 하는데 이때쯤 누적 손님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호텔 측은 밝혔다. 20년간 하루 평균 1300여 명이 찾은 셈이다. 올해 예상 매출은 90억원대로 이 호텔의 손꼽히는 효자 매장이다. 반면 ^닉스앤녹스(리츠칼튼)^파라오(밀레니엄힐튼)^오킴스(웨스틴조선) 등 한때 이름을 날리던 다른 특급호텔 클럽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제이제이의 이런 독야성성(獨也盛盛)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1988년 6월 개장 때부터 이곳을 지켜온 구유회(47·사진) 그랜드하얏트호텔 식음료부장은 “같은 그릇에 다른 음식을 담아내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하얏트호텔 ‘제이제이 마호니스’ 20년 이끈 구유회 부장

같은 그릇
구 부장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테리어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제이제이는 라이브 뮤직 룸, 아일랜드 바, 댄스 플로어, 야외 테라스 등 7개 매장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년간 기본 동선이 변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픈할 때부터 사용하던 갓등·화분·탁자가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분위기로 손님을 맞고 있다. 구 부장은 “뮤직 룸을 장식하고 있는 무성영화 시대의 주인공 액자 432개도 처음 걸려 있던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며 “출입구 아케이드(상점이 있는 통로)가 넓어진 게 유일한 변화”라고 소개했다. 이곳을 디자인한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존 모퍼드가 연 1~2회씩 들리지만 “별로 손댈 곳이 없다”고 한단다.

구 부장은 “처음부터 먹고 마시는 술집이 아니라 마음을 터놓고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컨셉트로 삼았다”며 “덕분에 편안한 매장 분위기를 간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안의 유명 클럽들이 문을 닫아야 했던 이유를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너무 유행에 민감해서 아닐까요. 자주 매장 디자인을 바꾸는 건 인스턴트 음식을 권하는 것과 비슷해요. 손님이 질리게 마련이죠. 그런 면에서 제이제이는 (유행에 둔감한) ‘섬’ 같은 존재였습니다. 항상 같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은 것이 편안함을 준 것 같아요.”

다른 음식
손님을 맞는 자리는 같지만 손님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쉴 새 없이 진화해 왔다. 라이브 밴드는 3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탈리아 음식, 델리 등 대표 메뉴도 계속 바뀌었다. 뭐니 뭐니 해도 이곳의 매력은 파티. ‘스타의 밤’ ‘석가탄신일 파티(스피릿 오브 아시아)’ ‘정글 파티’ 등이 히트작으로 꼽힌다. 국내 처음으로 ‘핼러윈 파티’를 한 곳도 제이제이다. 그러다 보니 ‘파티의 명소’라는 별명도 붙었다. 국내 유명 연예인은 물론, 패리스 힐튼·브루스 윌리스 같은 해외 스타들도 이곳을 방문하고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구 부장은 “제이제이는 어엿한 수출 역군”이라고 강조했다. 하루 평균 이곳을 찾는 외국인이 400명이 넘는 데다 89년엔 홍콩 하얏트에 제이제이 매장을 수출까지 했다는 것이다.

구 부장은 “한두 달에 한 번씩 파티를 여는데 TV 프로그램 개편하듯 파티를 기획한다”고 자랑했다. “모든 일상이 다 파티 소재가 되죠. 해외여행을 갔는데 항공기가 연착하자 승객들이 격렬히 항의하는 것을 보고 ‘에어라인 나이트’를 기획했어요. 제이제이를 공항 라운지와 항공기로 변신시킨 거지요. 고객 반응은 한마디로 비행기에 탄 기분이었습니다.”

86년 그랜드하얏트에 입사한 이래 구 부장은 식음료 부문에서만 근무했다. 파리스 그릴&바(94년), 헬리콘(96년), 델리(2006년) 등 하얏트 내 주요 식음료 매장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든다는 매력에 반해 호텔에 입사했는데, 하늘이 정해 준 천직인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구유회 보러 하얏트에 온다’는 팬도 수두룩하단다. 그의 휴대전화는 단골 전화번호로 기억 용량(999개)이 꽉 차 있다.

그에게 훌륭한 호텔리어의 조건을 물었더니 호텔 유리를 가리킨다. “몇 년 전 호텔의 통유리를 모두 바꿨습니다. 친환경 단열 제품으로 교체하는 대공사였지요. 유리 선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색깔이었습니다. 어떻게 남산과 잘 어우러지나가 숙제였지요. 호텔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90도로 깍듯이 인사한다고 좋은 호텔리어가 아니죠. 고객이 자기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해드려야 합니다.”

아차, 제이제이 마호니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구 부장은 “제이제이(JJ)라는 이름에 마호니스라는 아일랜드계 성(姓)을 가진 가공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유럽풍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매장 컨셉트로 해 자연스럽게 유럽에서 성씨를 빌려 왔고 가장 호감 가는 영어 알파벳 제이(J)를 이어 쓴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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