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가가 불안한 까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연초 주식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개인투자가들도 일찌감치 시장을 떠나고 있고 증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도 난감한표정들이다.별다른 이유없이 하루아침에 28포인트나 빠지는 것도드문 일이다.전문가들도 왜 그런지 납득할만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주식시장이 맥을 못추는 비슷한 시기에 정부는 올해 경기연착륙은 별문제 없다는 낙관적인 경제운영계획을 발표했다.그러나 이같은 정부발표는 최소한 주식투자자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증시전문가들이 표면적인 이유로 증시 주변의 각종 루머들,즉덩샤오핑(鄧小平)사망설,엔저(低)현상,유가인상설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라고 말하는 것이 어딘가 공허하게 들린다.연초 출렁거리는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환율이 올라간 것이 다 른 나라에는아무 영향이 없는데 왜 유독 한국증시에만 악재로 작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그동안 엔고로 호황을 누리던 한국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악화돼 연착륙에 암운이 끼었다는 주장도 별로 설득력이 없다.그러면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가 시행되기 때문에 자금이 은행에서 오히려 주식시장으로 옮겨갈 것을 기대하는 사람도 많았다.그러나모두 관망하는 자세다.선뜻 움직여봐야 손해라는 불신풍조가 주식시장을 맥빠지게 하는 주된 이유다.다시 말해 올 경제가 연착륙할 것인가,못할 것인가도 4월 총선및 그전까지의 정치일정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모든 것이 아직도 불투명하다는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파는 쪽이나사는 쪽 모두 단기적인 미래에 대 해 불안정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정부관계자 누가 나와서 무슨 소리를 해도 별로 미덥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선거를 앞두고 무력한 증시를 방치할 수 없으니 정부가또 무슨 획기적인 증시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이 나오기 전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국운영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